이마트·롯데등 자체 온라인몰서 명품·완구 샵까지 무한 확장
11번가 등 오픈마켓 위협 식품-제약사 '건강식품 격돌'… '먹는 화장품' 분야까지 넘봐
커피·베이커리업계간 경쟁도 업계 주력 브랜드에 소홀해지고 온라인 가격도 매장과 차이없어
소비자완 무관한 '그들만의 전쟁'
연 매출이 10조원을 넘나드는 초대형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사업에까지 손을 뻗치자 인터넷몰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고유의 사업 장벽이 붕괴된 유통업계에서 전쟁은 시작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쇼핑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형마트와 명품숍간, 식품업체와 제약사간, 그리고 대형마트와 골목상인들 간 상대방 영토를 뺏기 위한 격전이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오픈마켓 위협하는 대형마트 온라인몰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이마트몰’이 취급하는 상품가짓수(SKU·단품)는 11만개가 넘는다. G마켓·11번가 등 대형 오픈마켓의 가짓수가 중복 브랜드를 뺄 경우 1,000만여개에 달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경쟁력 있는 식품군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마트몰의 11만개 가운데 3만개는 식품류인데, 채소·육류 같은 신선식품은 마트 매장이나 계약재배 농장에서 곧장 냉동·냉장시스템을 거쳐 소비자의 문 앞까지 신속하게 배달되는 편리성을 자랑한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채소가 더 낫다고 생각하고 마트 온라인몰에 들어갔다가 다른 공산품까지 클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홈플러스는 운영중이던 온라인몰에 그동안 전국 실제 매장에서는 취급하지 않았던 출산·아동용품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스타일몰’을 만들었다. 판매하는 제품수는 24만여종. 이 가운데 아동 및 유아용품 수만 5만종에 달해 일반 온라인몰의 동일부문 상품수 보다 10%정도 더 많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매출은 전체 매출의 1.2~1.4%수준에 그치지만 앞으로 4~5년내 10%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올해 하반기 백화점과 별개로 운영되는 ‘프리미엄 온라인몰’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백화점 매장에서 보기 힘든 해외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들여와 홈쇼핑이나 온라인몰로 흘러가는 소비자들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명품에 가전·완구까지 무한 확장 =대형마트들은 백화점에서나 볼 법한 명품 패션·잡화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8월 잠실점에 명품 수입업체인 오르루체코리아와 손잡고 숍인숍 형태로 오픈한‘오르루체 매장은 현재 수원 영통과 부천 상동점 등 11곳으로 늘어났다. 일반 백화점과 같은 제품인데도 병행수입 방식으로 값이 최고 30%까지 저렴한 탓에 매장 한 곳의 평균 월 매출이 1억원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롯데마트도 이에 맞서 지난해 9월 송파점에 구찌와 프라다 등 10여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명품 멀티숍’을 처음 도입하고 같은 해 12월 서울역점, 지난 4월 월드점에 추가 매장을 오픈했다. 대형마트들은 가전·완구등 단일품목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카테고리킬러 매장에도 손을 뻗쳤다. 롯데마트가 서울역점 등 6곳의 매장에 운영중인 체험형 가전매장 ‘디지털파크’는 기존 가전매장 때보다 매출이 40%나 늘었다. 완구전문점 ‘토이저러스’도 운영하는데 전 세계 210여개 토이저러스 매장 중 롯데마트 월드점과 구로점 내 숍인숍 매장은 연매출 기준 세계 톱5 안에 들 정도다. 최근 고유가에 정부가 값이 저렴한 대형마트 주유소 관련 규제를 푸는데 맞춰 업체들의 주유소 개점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현재 기흥과 통영 등에서 5곳의 주유소를 운영중인 이마트는 순천 지역에도 입점을 추진중이며 롯데는 보유중인 주유소 2곳과 현재 협의중인 3곳을 포함해 총 5곳까지 주유소를 늘릴 계획이다. ◇식품-제약-화장품업체 난타전 =식음료시장에서 영역파괴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돈 되는 사업이면 남의 텃밭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통적 주력사업의 개념까지 모호해진 상황이다. 식품업체들까지 비타민 같은 건강관련 상품으로 제약업체들을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종합비타민 시장에서 한국야쿠르트의 브이푸드가 일으킨 돌풍은 단적인 예다. 연간 7,000억~8,000억원 규모의 종합 비타민 시장에 지난해 4월 ‘천연원료비타민’을 콘셉트로 나온 제품이 바로 브이푸드다. 이 제품은 출시 첫해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단번에 종합비타민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눈에 띄는 것은 브이푸드가 제약 업계에 미친 파급효과다. 천연원료라는 호소력 있는 판촉에 일격을 당한 일동제약(아로나민골드), 유한양행(비콤씨) 등은 미지근했던 제품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고려은단은 영국산 원료로 만든 비타민을 내세우는 등 반전을 꾀했다. ‘먹는 화장품’시장도 격전중이다. 먹는 화장품은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바르는 화장품의 서브 카테고리 수준의 위상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5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식품기업인 CJ뉴트라의 ‘이너비’와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푸드 ‘V=B프로그램’, LG생활건강의 ‘피크노스킨’등의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먹는 화장품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의 경우도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길 건너 커피숍이 아니라 빵집과 햄버거 가게다. 최근 베이커리와 패스트푸드 전문점들은 빵이나 햄버거 등을 주력메뉴로 하고 커피를 강력한 사이드 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커피 전문점이 그나마 경쟁우위를 누렸던 만남의 장소로서의 이점도 최근 베이커리 전문점 등이 대형화하면서 희석되고 있다. 특히 일반 가정에도 원두커피가 널리 보급되면서 커피 전문점들은 과거 테이크아웃을 주로 했던 브랜드들 마저도 카페형으로 전환, 경쟁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이디야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카페형(20~40평) 매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고 최근에는 카페형 매장이 신규 출점 매장의 60~70%에 달할 정도다. ◇생존하려면 ‘네것 내것 따로 없다’=공격적인 영역파괴의 원인은 소비산업 업계의 과포화와 그에 따른 밥그릇 싸움으로 압축된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판매액은 33조7,000억원으로 TV홈쇼핑을 뺀 온라인몰 시장 14조6,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지난 2009년이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온라인몰 시장 성장률이 매 분기마다 전년 동기보다 20%이상 급격한 증가폭을 보였던 데 비해 대형마트는 10%에도 못미치고 있다. 성장 둔화는 마트간 경쟁과 함께 동네슈퍼와 재래시장 인근에 신규 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 개점을 막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제도적 제약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예전처럼 신규점포보다는 종합온라인쇼핑몰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새 온라인몰 오픈에 맞춰 사내에서 온라인구매왕을 선발하며 인터넷쇼핑 붐을 조성하고 있을 정도다. 식품시장에서도 최근 1~2년 새 오뚜기가 냉동 식품 시장에, 풀무원이 라면 시장에, 남양유업이 인스턴트커피 시장에, 롯데칠성이 유산균 음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처럼 기존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과의 전방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음에도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혜택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 사업과는 거리가 먼 다른 쪽에 한눈을 파는 동안 주력 사업과 브랜드 강점은 살리지 못하는 반면 신규사업도 이미 있는 서비스·제품과 다르지 않아 소비자들의 소비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할인업태의 목적에 맞게 일반 매장의 상시할인이 더 확대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 온라인몰 상품가격도 오프라인 매장가격과 차별성을 잃어 가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새 아이템으로 상대편 진영을 파고 드는 과정에서 상호 비방·폭로전이 극에 달해 실제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 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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