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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유는 기계의 마찰·마모 감소와 과열·소음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자동차 1대의 생산에만 100종 이상의 오일과 윤활유가 쓰인다. 특히 윤활유 중에는 일반 윤활유의 주입이 어려운 부분에 사용하도록 개발된 특수윤활유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껏 특수윤활유는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한국화학연구원 산업바이오화학연구센터의 정근우 박사팀은 이 같은 특수윤활유 국산화 연구에 앞장서온 국내 최강 연구팀으로 꼽힌다. 지난 1996년부터 윤활유 제조기업 장암칼스와 공동연구를 통해 특수윤활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 성과는 자동차 등속조인트용 그리스(grease). 전륜구동 차량의 앞차축을 구성하는 등속조인트에 고성능 그리스 윤활유가 사용되는데 과거에는 일본산 제품이 국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장암칼스 연구진과 함께 등속조인트 성능평가 시험기까지 도입하는 열의를 보인 끝에 기존보다 성능은 뛰어나고 가격경쟁력도 높은 그리스의 개발에 성공했다.
정 박사는 "실험실 합성 제품의 신속한 성능평가와 빠른 피드백에 기반을 둔 효과적 대응이 최대 성공 요인"이라며 "양산화 공정 개발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현장기술 전수에도 주력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제품은 자동차용 그리스 시장의 50%, 전자제품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출시 이후 수입의존도 저하는 물론 국내 그리스 가격의 대폭적인 인하를 이끌어내며 국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련 기술을 이전받은 장암칼스도 3만㎡ 규모의 제조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4만㎡의 공장을 추가 준공하는 등 국내 특수윤활유 업계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인 미국 GM과 대규모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일본·유럽 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정 박사는 "그리스 윤활유의 원천기술 확보는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기초소재를 국산화하고 수입대체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 박사팀은 제철산업 연속주조라인에 사용되는 우레아계 그리스를 개발해 현대제철 철강 생산라인에 적용한 바 있으며 얼마 전에는 석유에서 추출한 오일 대신 식물성 오일을 사용한 그리스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정 박사는 "앞으로 자동차와 전자·조선 등 국내 주력산업이 지속 성장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해내려면 화학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화학원천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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