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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골프엿보기] 스스로 여유를 만들어보자
입력2000-02-20 00:00:00
수정
2000.02.20 00:00:00
이 분은 독특한 라운드 습관이 있다.라운드 시작전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모래 담긴 주머니, 클럽은 그 다음이다. 일단 라운드가 시작되면 환갑이 다가오는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샷을 구사해 동반자들의 기를 죽인다.
그러나 그 폭발적인 샷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세컨 샷 지점에 도착했을 때의 행동이다. 일행의 뒤쪽에서 조용히 기다리다가 잔디가 떨어져나간 자리에 모래를 한 삽 푹 퍼서 던지고는 『이렇게 하면 잔디가 잘 자랄 수 있겠지』라고 중얼거리는 것이다.
장타자인만큼 동반자의 디보트를 메운 뒤 샷을 해도 여유있게 버디 찬스를 맞는다.
한 두홀 지나갈 때는 「그저 그려러니」했지만 매 홀 똑같은 행동이 계속되는터라 일행이 모두 모래주머니를 한 개씩 들고 P회장처럼 디보트를 메우면서 플레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그 분은 매번 그렇게 했기에 아무런 탈이
없지만 샷 한 뒤의 디보트 처리에 신경을 쓰다보니 몸이 생각처럼 따라주질 않는 것이다. 결국 라운드는 『오늘은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골프장 마무리 공사를 한 것』이라는 넋두리로 끝나곤 하지만 그렇게 필드를 돌고나면 웬지 모를 여유가 마음속에 자리잡는다.
아직은 잔설(殘雪)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제 필드에는 파릇파릇한 잔디가 올라 올 것이다. 샷 하는데만 급급하지말고 잔디 하나, 벙커 모래 하나도 제자리로 옮겨주는 여유를 가져보자.
/유성재 경운메디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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