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10시 KT 기자실에 느닷없이 '광대역 LTE(롱텀에볼루션)-A' 전국 서비스 준비가 완료됐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국내 통신사 중 처음으로 LTE보다 3배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 강국의 위상을 높이는 획기적 성과라는 점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봤다. 자료는 수준 이하인데다 느닷없는 자료배포 이유를 알게 되면서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였다.
1시간 후 경쟁사인 SKT가 세계 최초로 19일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기자간담회 개최 공지를 알려왔다. 정작 SKT가 세계 최초로 서비스하는 것인데 KT가 SKT를 견제하기 위해 예약 가입자를 받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SKT도 기자간담회에서 빠른 속도를 지원한다는 TV 광고와 달리 소비자들은 실제 체감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회사 고위관계자가 "이론상 속도라 실생활에서 속도는 많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일정 부문 과대 포장됐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세계 최초 광대역 LTE-A 전용 단말기 출시를 놓고도 말들이 무성하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춰 3월에 출시한 '갤럭시 S5' 프리미엄 모델인 '갤럭시 S5 광대역 LTE-A'을 내놓았다. 갤럭시 S5가 3달여 만에 구형 단말기가 된 것. 특히 신종균 삼성전자 IM 부문 사장이 갤럭시 S5 프리미엄 모델 출시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뒤에 나온 것이다. 공식적 표명이 뒤집어진 셈이다. 삼성전자에 맞서 LG전자도 G3 업그레이드 모델인 'G3 광대역 LTE-A' 제품을 7월 초에 선보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G3도 한 달여 만에 구형 단말기로 전락할 형편이다.
광대역 LTE-A 서비스 개시가 한국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만들고 있지 않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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