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준(사진) 딜로이트컨설팅 대표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인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앞으로 삼성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오랜 기간 동안 신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엘리엇의 공격이 성공하게 된다면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물밀 듯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을 비롯해 많은 대기업들이 앞으로 10년 이상 경영권 분쟁에 전념하느라 다른 사업에 신경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자동차·조선 등 기존 국내 기업들의 주력 분야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신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엘리엇 등 헤지펀드들이 차익을 실현한 뒤 빠져나가면 주가 급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와 쌍용경제연구소를 거친 김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딜로이트컨설팅에 몸담고 있다. 딜로이트컨설팅은 1일 엘리엇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관계사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찬성 쪽에 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기본적으로 30년 이상을 바라보는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으로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의 입장과 전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주주가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따져본다면 지속 성장을 위해 합병에 찬성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엘리엇 사태가 마무리된 뒤에는 삼성그룹이 소액주주들에 대해 보다 친화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삼성이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투자 등에 집중하느라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 등에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배당정책, 사외이사 확대 등의 주주친화정책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