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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知'를 다시 들춘다
입력1999-10-20 00:00:00
수정
1999.10.20 00:00:00
후한시대의 조정은 환관들의 발호가 판을 치고 정치관료가 극도로 문란 부패했던 시대로 기록되고 있다.양진(楊震)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박학다식했을 뿐만 아니라 고결하고 청렴결백했기 때문에 「관서지방의 공자(孔子)」로까지 칭송되었다.
동래군 태수로 임명되어 임지로 떠나던 중 날이 저물어 객사로 든다. 그날 밤 창읍의 현령이 밤늦게 가만히 방문해왔다.
『태수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뉘시오. 그대는?』
『태수님께서 형주자사로 계실 때 저를 관리로 추천해 주셨지요. 왕밀(王密)이라 합니다.』
『알 것 같군. 그래 무슨 일인가?』
『일찌기 은혜를 입었기로 작은 성의나마 표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옷깃 속에서 황금 열냥을 꺼내놓는 왕밀을 보며 양진은 안색을 바꾸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그대는 잊었는가?』
『아, 압니다! 얼마나 고결한 분이신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게 무슨 짓인가?』
『하지만 이토록 깊은 밤 밀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태수님과 저밖에 모르지 않습니까?』
『무슨 소린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우리 둘 밖에 모르다니!』
양진의 청렴고결함은 더욱 알려져서 나중에 태위(太尉 : 국방장관)벼슬까지 오른다.
「불법 도청 감청의 증거제시를 하지 못하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사실상 도청 감청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왔고 또 이루어져갈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가 걸린 특별한 경우 말고는 도청 감청은 없어야 한다. 휴대용 전화 따위가 없던 옛날에 굳이 도청 감청을 안했어도 숨겨진 한 인간의 고결성은 천하를 진동시켰고, 개인의 숨겨진 비리 역시 천하에 드러났었다. 세상에, 오늘날 도청 감청을 했고 안했고의 문제를 가지고 서로 들추고 부수며 또 굳이 숨기려 들다니!
김병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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