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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 경기 위축의 ‘먹구름’이 국내 산업계에까지 몰려오고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 전선에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됐다. ‘금융위기→소비위축→경기침체’라는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전형적인 소비재인 자동차 시장은 세계적으로 침체 일로를 겪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의 소비 위축이 심화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수출실적은 지난 8월 3만3,074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7.0%나 줄었다. 서유럽 시장도 부진해 지난 8월 수출량은 지난해 보다 37.5%나 줄어든 1만9,059대에 그쳤다. 내수 시장 역시 지난달 7만7,635대로 14.6%나 감소했다. 전자업계도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영압박을 받기는 마찬가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산 IT제품의 수출은 3월 이후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 8월에는 불과 0.02%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반도체와 LCD패널 가격의 급락 때문. 주력 수출 품목인 512메가비트 D램 가격은 10월1일 현재 0.69달러로 2년전 가격의 10%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LCD 패널 가격도 최근 4개월새 무려 25~30% 가량 빠졌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소비자들이 전자 제품 교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유가와 고환율에 시달리는 항공ㆍ여행업계는 소비위축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 결과 최대 성수기인 올 8월 내국인 해외 여행객은 116만3,80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 이상 줄었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올 성수기에는 예년보다 국제선 예약이 한가로울 정도였다”며 “환율이 1,200원 이상에서 고정되면 본격적으로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감편 운행에 착수하는 등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던 해운업계 역시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5월 1만1,793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달 5,000포인트가 무너지면서 반토막이 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최근 금융 위기로 미국, 중국의 쌍끌이 경기 부진이 이어져 반등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선주들의 신선박 건조 열기도 식히면서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이 전세계 발주량은 3,61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보다 30% 가량 감소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건설ㆍ부동산 시장에 특히 타격을 주고 있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 새 아파트 미분양은 갈수록 늘고 있으며, 건설사들은 분양대금을 못 받아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 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총 2만7,233건으로 2006년1월 실거래가신고제도 도입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의 덫에 빠진 중소기업들은 줄도산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부도상환계수를 활용한 키코 가입업체 102개사의 부도위험을 측정한 결과 환율이 1,000원일때 부도 위험에 처한 기업이 59.8%지만 1,100이면 62.7%, 1,200원이며 68.6%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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