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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포커스] 최태원 회장 부재 600일 맞는 SK

오너 공백의 한계… "신사업 꿈도 못꿔" 멈춰버린 성장동력

SK C&C·하이닉스 버티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M&A 조율 어려워

주력 에너지 계열사 상당수가 고전

"먹을거리 없다" 내부 위기감 팽배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달 23일이면 수감된 지 600일이 된다. 최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SK C&C의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했고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버티고는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계열사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업재편도 지지부진하다. 이로 인해 SK 내부에서조차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뒤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SK하이닉스 없었다면…"=현재 SK그룹에서 잘 나가는 계열사는 SK C&C와 SK하이닉스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조차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 2조1,41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의 3조3,797억원과 비교하면 눈부신 실적이다.

또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 C&C는 지난 4월 중고차 온라인사업 부문 지분 49.9%를 호주 업체에 팔아 1,175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 모듈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 같은 호재에 힘입어 SK C&C 주가는 주당 20만원을 넘어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6~7월만 해도 SK C&C와 SK㈜의 시가총액이 엇비슷했지만 지금은 3조3,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SK C&C의 1대 주주는 최 회장(33.1%)으로 지배구조 안정화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SK C&C와 SK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SK종합화학이 5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화학회사인 사빅과 손잡고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기로 했지만 이는 앞서 최 회장이 기반을 다져놓은 사업이다. 이로 인해 재계 관계자들은 "최근 SK그룹에서는 최 회장이 다져놓은 전자나 합작사업 외에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사업이 없다"고 지적한다.

◇주력 에너지 계열사 고전…신성장 동력도 부재=하지만 그룹의 주요 축인 에너지 계열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에 1,7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매출이 33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 계열사들은 차세대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저급 석탄을 재료로 합성석유와 화학제품을 만들어내는 그린콜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플라스틱 재료를 만들어내는 그린폴의 경우 이미 기술개발은 끝냈지만 상용화가 미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관계자는 "상용화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그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부분도 LG화학 등 경쟁사에 비해서 경쟁력이 뒤처진다. 대형 인수합병(M&A)도 이를 최종적으로 조율할 오너가 없는 탓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처지다. SK는 지난해 ADT캡스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SK텔레콤 역시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올 들어 아이리버를 인수했지만 대형 M&A는 찾아보기 힘들고 상반기 영업이익도 7,984억원에 그쳤다.

◇기약 없는 총수 부재상황=최 회장이 언제 다시 SK로 복귀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현행법에 따르면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 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얘기다. 최 회장은 4년 형을 받았기 때문에 내년 1월이 지나면 절반을 채우게 된다. 다만 대통령 특별사면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살리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총수의 부재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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