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말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이민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이민을 통한 인력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대책으로 '휴먼 자유무역협정(FTA)'을 들 수 있다. 관세 장벽을 허무는 FTA처럼 인적 자원 교류에도 문턱을 없애 다양한 인력을 빨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오는 3·4분기 중 확대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점수이민제' 확대 계획을 보면 △우수 전문 인력이 1년 체류시 영주자격(F5) 부여 △영주자격자에 대한 체류지침 개정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일정 소득수준을 갖췄거나 석·박사 재학 중인 우수 유학생에 대해 부모 동반거주를 허용하고 취업자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문제는 정부가 이민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도 개선 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들어와 체류하는 해외 인력들은 언어 교육이나 주거환경 개선, 사회관계 형성과 같은 감성적 영역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지원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연구자들은 체류 지원과 관련해 언어 항목에서 불만족 정도가 30%에 이를 정도로 가장 큰 불만을 느끼고 있었고 △이주비용 보장 △배우자·지인의 취업기회 △식품 접근성 △자녀교육 항목의 불만족 정도도 15%를 웃돌았다. 반면 이민 규제조건 충족과 같은 제도적 항목의 불만족 점수는 5%대에 그쳐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진용 KISTEP 부연구위원은 "한국 거주 외국인 연구자는 언어·상명하복 등 문화적 장벽을 장기체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고 있으며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건강보험프로그램과 가족 편의시설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우수 연구인력에 대해 체류비 지원은 물론 여행경비, 어학강좌, 가족 수당 등 다양한 추가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 인력 확대 정책이 전문직에만 집중돼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 체류 외국인 현황을 보면 총 178만명의 외국인 중 27%인 48만8,800명가량이 중국 방문취업 동포(H-2) 등으로 구성된 '비전문 외국 인력'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을 단기 노동력 수준에서 소모하는 현재 정책은 장기적으로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정책도 문제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는 사업장에 대해 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대책이 현실화할 경우 영세기업들을 중심으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책상물림으로 내놓는 해외 인력 유치 정책이 현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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