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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선 심상찮다]
입력1999-11-01 00:00:00
수정
1999.11.01 00:00:00
박동석 기자
국내 수출입구조및 정책의 문제점을 상·하로 나눠 진단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註】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지난 10월의 수출(잠정치)은 총 135억달러로 월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예전같으면 기업인들 뿐 아니라 국민 모두를 흥분시킬만한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 최대과제인 무역흑자를 지속할수 있을지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는데 있다.
수입증가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무역전선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는 이상기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입이다.
지난 6월이후 30%대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은 지난 10월 급기야 48.5%에 달해 수출증가세를 크게 웃돌았다. 월별 수입증가율로는 최대치다. 갈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는 양상이다. 수입의 탄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엔화강세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에다 수입유발형 수출구조에서 비롯되고 있어 당분간 수입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따라 정부가 올해초 제시했던 올해 무역수지 흑자목표 250억달러는 벌써 물건너 갔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내년 무역수지다. 정부는 내년 무역수지를 150억달러 흑자로 제시하고 있으나 최근의 수입증가세를 고려하면 그 폭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02년께로 추정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반전 시점이 1∼2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수입규모는 날개를 단 듯 치솟고 있는데 가뜩이나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수출의 알멩이가 없는 것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출품의 품질경쟁력이 약해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팔더라도 헐값에 팔 수밖에 없어 수출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 95년을 100으로 보고 지난 5월의 품목별 수출단가를 살펴보면 전자제품의 경우 18.6밖에 안된다. 100원에 팔았던 물건을 4년뒤인 현재 되레 엄청 싼 값에 팔고 있다는 얘기다. 철강이나 화공품의 경우도 각각 66.4, 55.8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의 수출단가도 떨어졌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90년이후 98년까지 주요국가의 수출단가추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단가는 연평균 5.2%씩 떨어졌다.반면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의 수출단가는 매년 3.9%, 1.4%씩 상승했다.
국내제품의 경쟁력이 경쟁국에 비해 뒤쳐저 제 값을 못받고 있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수출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실패했다는 반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휴대폰이 고부가가치 수출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핵심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저부가가치제품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내 기업이 제 값을 받고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은 거의 없으며 개발중인 품목도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요즘 같은 때에 수출단가하락은 수출업체에 치명적이다.
온기운(溫基云)산업연구원 박사는 『원화가치가 절상되는 가운데 수출단가가 떨어지고 있어 수출업체는 가격하락을 만회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수입단가가 인하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은 3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주력품목이 반도체, 자동차등 일부 품목에 편중되어 있는 점도 무역수지를 언제든 악화시킬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올들어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석유화학, 선박등 5대 수출주력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는 무려 36.3%. 지난 92년의 23.7%에 비해 12.6%포인트나 높아져 있다. 이에반해 일본과 미국의 5대수출품목 비중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수출품목이 일부 품목에 편중되어 있으면 수출의 기복이 심해진다. 수입국의 수입규제를 촉발할 위험에도 항상 노출되어 있다. 안정적인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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