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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 민영화 정책(사설)
입력1996-10-16 00:00:00
수정
1996.10.16 00:00:00
공기업 민영화정책이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미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되어 있는 담배인삼공사 등 대형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이 갑자기 「선경영 정상화 후민영화」로 선회, 민영화는 「당분간 백지화」 처지에 놓였다.공기업 민영화는 문민정부가 추진해온 역점 과제였고 불과 석달전만 해도 「전면 조기추진」으로 가속이 붙는 듯 했다. 그러다가 경제팀이 바뀌면서 정책방향이 뒤집힌 것이다. 석달전과 지금이나 특별히 민영화를 못할만큼 상황이나 여건이 달라진게 없다. 달라졌다면 정책추진팀이 바뀌었을 뿐이다. 사람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중심이 흔들린다면 정책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관성이 없어 예측 가능성을 흐리게 하고 그 결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민영화 정책 후퇴의 이유는 특혜시비에 있는 듯하다. 한국 중공업 담배인삼공사 등 덩치 큰 공기업을 민영화할때 자금력이 있는 재벌기업 손에 넘어가기 쉽고 그에 따라 지난 6공말 제2이동통신 파문과 같은 특혜시비가 일어날 것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이유치고는 켸켸 묵었다. 93년 민영화계획 초기부터 나온 것인데 아직까지도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겁을 내고 있다. 물론 때가 때인 만큼 특혜시비가 정치적 부담은 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될 수 있는대로 피해가려는 속셈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정권 말기에 정부가 할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특혜 시비란 정책집행이 공정하지 못하고 원칙과 규범에서 어긋났을 때 일어나는 것이지 원칙을 지키고 공정히 처리한다면 시비를 할 사람은 없다. 설사 시비가 있다해도 겁낼 것도 없다. 오히려 있지도 않은 시비에 미리 겁먹고 정책을 바꿈으로써 생기는 불신과 혼란이 시비거리가 될 것이다.
민영화는 공기업 특유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쟁체제를 도입, 생산성을 높이면서 사회간접자본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추진되어 왔다. 하나 민영화의 후퇴로 공기업의 경영쇄신은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예산안의 손질도 불가피해졌다.
공기업 민영화에 있어서 재벌 참여가 특혜시비를 막는 방안은 그동안 많이 제시되었다. 증시를 통해 매각하거나 국민주 형태로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한꺼번에 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 매각규모와 시기를 조절, 연차적 단계적으로 매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공기업의 부실이나 저능률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사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고 정치논리에 따라 경제가 흔들리는 무소신 행정은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도 뒤로 돌리게 한다.
○세계 1위 철강기업
포항제철이 연산 3백만톤 규모의 광양 5고로를 착공함으로써 세계 제1의 철강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동시에 연산 1백80만톤 규모의 미니밀을 준공함으로써 고로와 미니밀이 조화된 혁신 프로세스로 하이테크 제철소를 실현하게 됐다.
광양 5고로가 완공 가동되는 99년에는 철강생산능력 2천8백만톤으로 늘어나 일본의 신일철을 제치고 단일 제철사로서는 세계 최고가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철강 생산량이 5천2백만톤으로 늘어 현재 5위에서 미국 일본 중국에 이은 세계 4위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인당 철강 생산량 소비량에 있어서도 세계최고 수준으로 올라선다.
선진국의 철강 역사가 1백년인데 비해 불과 30년만에 철강 강국의 대열에 서게 된 것은 뿌듯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포철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은 경제적인 공장건설, 연구투자와 기술개발 노력, 원료의 안정적 확보, 끊임없는 경영혁신 노력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만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 정상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수성은 더욱 어려운 법이다. 선진국이 투자 기술 경영면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고 후발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포철은 국가기간 산업체이자 공기업이라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포철이 생산하는 각종 철강제의 가격과 품질이 다른 산업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지대하다. 그동안 독과점체제속에서 경쟁없이 안주해 왔지 안았나 자성해 볼 일이다.
최근 현대그룹이 제철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서 멀지않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위주의 성장이나 방만한 경영은 용납되지 않는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때 포철은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어발 확장이 경영효율화와 철강기술 개발투자 확대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포철은 성공의 시대에 안팎으로 만만치 않은 도전을 맞고 있다.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는 길은 경쟁력 뿐이다.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경영개혁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투명경영으로 국민기업의 모범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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