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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정기예금 이탈 본격화
입력1999-05-10 00:00:00
수정
1999.05.10 00:00:00
김영기 기자
한동안 신탁계정에만 국한됐던 은행권의 수신이탈 현상이 주력상품인 정기예금에까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실세금리의 하향평준화에도 불구, 3월말까지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왔던 것과 대조된다.이는 4월들어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팽창기로 접어듦에 따라 안정지향의 은행 정기예금 고객들까지 무더기로 주식시장으로 옮겨간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은 이에따라 이같은 수신이탈이 은행의 밑동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핵심예금」에까지 번지지 않은까 부심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3월말까지 최대 3조원 이상의 수신증가를 기록했던 은행권의 정기예금(잔액기준)이 4월을 고비로 급격하게 하향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2월과 3월 두달새 정기예금에서만 3조원 가까이 실적이 증가했으나, 4월들어 한달동안 5,721억원이나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빛·조흥은행도 3월말까지는 신탁계정의 자금이탈에도 불구, 정기예금에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으나 4월들어서는 이탈국면으로 반전돼 각각 4,035억원과 4,816억원이 감소했다.
우량후발은행으로 평가받는 신한은행도 4월에 1,500억원 이상 잔액이 감소했다.
이밖에 외환·하나·한미은행 등도 정기예금의 수신증가실적이 1,000억원을 밑도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의 이같은 실적부진에 따라 은행권의 가용수신 규모도 무더기 감소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가용수신 규모가 4월 한달새 1조1,697억원이나 줄어들었으며, 한빛 조흥은행도 4,749억원, 3,992억원이 각각 줄어들었다.
은행권의 최대 주력상품인 정기예금이 이처럼 줄어든 가장 직접적 이유는 주식시장의 활황때문. 지난 4월1일 636.89였던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말 752.59까지 폭등했다. 한달새 주가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폭등한 것.
은행의 정기예금은 수신에서는 이른바 「기초자금(FUNDAMENTAL)」의 개념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예금으로 간주되며, 신탁계정에서 빠진 자금도 상당부분은 정기예금쪽으로 흡수돼온게 사실. 은행들도 정기예금중 상당부분은 대출운용자금으로 이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시장 폭등에 따라 그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정기예금까지 빠지고 있다』며 『주식활황이 5월에도 이어짐에 따라 정기예금의 이탈현상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기예금의 이같은 이탈현상이 지속될 경우 언젠가는 은행의 여유자금 부족으로 금리가 재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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