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21일 정기인사를 실시함에 따라 통합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하나-외환은행을 제외하면 대다수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시중은행 중에선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한 곳이 많다.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이번 인사는 시중은행들의 각기 다른 경영전략을 살필 수 있는 바로미터다.
영업통은 이번에도 중용됐다. 저금리로 인한 은행의 수익성 하락을 돌파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본부임원 8명 중 6명을 지점장 출신으로 구성했다. 우리은행 역시 김옥정·김종원·이동빈 등 영업현장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인사를 부행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한 윤동기·박석무 농협은행 부행장들도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기업은행 신임 부행장으로 승진한 서형근 경동지역본부장은 지난 2013년 1월 신설된 지역본부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공을 인정 받았다.
시중은행 인사담당 고위관계자는 "임원인사에서 영업전문가를 발탁했다는 것은 일선 직원들에 대한 평가기준으로 영업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본점은 슬림화됐다. 국민은행은 기존 '17본부 58부 2실'이었던 조직을 '11그룹 9본부 59부 1실'로 재편했다. 영업점은 고객과 영업에 집중하고 본부는 영업지원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취임 직후 "앞으로 모든 제도와 프로세스를 영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역시 기존 63개 본부부서를 56개로 축소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자산관리와 스마트금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문성도 강조됐다. 스마트금융·보안·전산 같은 특수직군에는 해당업무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한 전문인력이 집중 배치됐다. 동시에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됐다. 우리은행은 핀테크만을 전담하는 사업부를 신설했고 국민은행은 스마트금융 부서에 '스페셜리스트들'을 투입 시켰다. 기업은행은 벤처금융팀을 신설해 기술금융 2라운드를 예고했다. 기업은행은 '힘내라! 대한민국' 브랜드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정재섭 개인고객부장을 남중지역본부장으로 승진 시키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5년 차 은행 부행장이 나오는 등 조직안정을 선택한 신한은행 역시 부서장급 이하 인사에서는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을 상당수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희망퇴직 규모가 늘어 빈공간이 많아졌고 올해 경기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영업통 인재육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 신한은행이 은퇴설계 서비스 강화에 집중 나서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특화된 인재들의 승진인사도 예상된다.
지난해 핫이슈로 부상했던 여풍이 잠잠해진 것은 또 다른 특징이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여성임원이 탄생한 곳은 우리은행(김옥정)이 유일하다. 지난해 신한은행(신순철 부행장보), 하나은행(김덕자·천경미 전무), 외환은행(최동숙 전무), 기업은행(김성미 부행장) 등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여성인력을 전격 발탁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국민은행은 본부부서장 여성인력을 기존 3명에서 7명으로 늘려 눈길을 끌었다.
통합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맞춰 정기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실시 됐던 이동인사 역시 필수인력만 포함 시킬 정도로 인사 규모를 최소화했다. 수익성 저하는 전 금융권의 공통된 고민거리이고 통합에 따른 중복업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통합은행 역시 영업인력 우대와 본점 슬림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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