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공동투자도 성과 커
27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기 친화형으로 바꾸고 독립형 중기지원 확대를
◇참석자
▲임채운 한국중소기업학회장(서강대 교수)
▲정재훈 지식경제부 차관보
▲최병석 삼성전자 부사장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심호섭 ㈜케이엔제이 대표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대행
"중소기업은 자금과 인력ㆍ시간의 제약 때문에 신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4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협력사의 기술혁신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동반성장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기술정보를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이를 협력사가 개발하도록 하는 '기술개발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채운 한국중소기업학회장(서강대 교수)을 비롯해 정재훈 지식경제부 차관보, 최병석 삼성전자 부사장,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심호섭 ㈜케이엔제이 대표,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대행 등이 함께 한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시급한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하는 기술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현재 삼성전자가 시행 중인 '신기술개발공모제'와 '혁신기술기업협의회' 등의 노력이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채운 한국중소기업학회장(사회)=새 정부가 곧 출범한다. 대통령 당선인도 중소기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성장시대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가 요구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인데 어떻게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할지 논의했으면 한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차관보=지금까지 상생법 등 법적 기반이나 세제를 마련해 계속해서 대중소기업 상생을 추진해왔다. 당선인도 이를 말씀하셨기에 동반성장이 강화될 것이다. 동반성장 중에서도 골목상권이 우선이고 산업생태계 경쟁력 차원에서 기술력 강화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경우 협력업체를 육성하고 정부는 독립적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산학연을 통해 중소기업과 기초 원천기술 개발 등을 공동 연구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대행=동반성장위원회 출범 2년 동안 동반성장 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동반성장의 실적을 인사에도 반영하고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상생협력센터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주요 대기업 위주로 동반성장이 많이 정착됐다고 본다.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된 만큼 지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사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차관보 말씀대로 기술력과 마케팅이 중요하다.
▲사회=학계에서는 동반성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그리고 대기업에서는 협력사의 기술수준이 얼마나 중요한가.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한국 중소기업의 85%가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내수시장에서 3불(不), 즉 불균형과 불합리ㆍ불공정 등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중소기업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수출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내수 위주 기업보다 2.1% 더 높다. 이를 위해 3행(行)이 중요하다. 첫째는 중소기업의 수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KOTRA 등 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갔으면 좋겠다. 27개 출연 연구기관이 중소기업친화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담보 위주인 금융기관들의 대출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살리느냐 마느냐는 금융기관이 결정하는데 이들이 기업가정신과 열정을 가진 기업인들을 지원하지 않고 신용평가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80%를 담보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부사장=협력사의 기술력이 곧 삼성전자 기술력이다. 삼성전자에서도 협력사의 기술력을 높이는 차원으로 동반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협력사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빠른 정보기술(IT) 산업의 빠른 라이프사이클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산업의 특성상 협력사뿐 아니라 대기업도 하루아침에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협력사가 신속하게 기술변화에 대응할 역량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신기술개발공모제와 혁신기술기업협의회 등의 제도를 통해 협력사의 신속한 기술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회=중소기업이 기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또 앞으로 어떤 활동을 추가로 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덧붙여 현실적인 제약은 어떤 게 있는지 논의해보면 좋을 듯하다.
▲심호섭 ㈜케이엔제이 대표=중소기업은 자금과 인력ㆍ시간의 제약 때문에 신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다. 대기업은 다방면으로 투자해 하나가 성공하면 성공한 사업 중심으로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 하나를 잘못해 실패하면 자금과 인력ㆍ시간의 치명적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어떤 아이템을 선정, 개발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에서 일단 핵심 과제를 선정해 중소기업이 이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김 교수=지난 10년간 대한민국 비즈니스 모델은 싸게 만들어 많이 파는 식이었다. 그래서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이다. 칭다오에 6,000개의 중소기업이 진출해 1,300개가 살아남았는데 살아남은 기업은 R&D를 실행한 기업이다. 싸게 만드는 건 중국이 잘한다. 우리는 다르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R&D가 기업 생존에 필수다.
▲정 차관보=마음은 앞서는데 자원이 부족하다. 중소기업 연구인력이 10만명인데 제조업체 수와 비교하면 업체당 0.3명에 불과하다. 비용도 인력 1인당 연구비용이 8,000만원이다. 대기업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결론은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도 돈도, 인력도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대기업 협력사 같은 경우는 대기업에서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독립 중소기업들이 문제다. 연구기관이나 출연기관ㆍ대학 등과 연계할 수밖에 없다. 제도적으로 기술인력이 좀 더 많이 중소기업에 유입되고 장기간 종사할 수 있게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세제 등을 보완해나가는 동시에 독립형 중소기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경부가 R&D에 투입하는 4조원 정도의 자금을 향후 연구기관과 대학에 40%, 중소ㆍ중견기업에 50% 이상, 대기업에 10% 미만이 되도록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사회=삼성전자와 동반성장위 등은 중소기업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최 부사장=삼성전자는 미거래 업체 중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공동 기술개발, 개발자금 등을 지원하는 혁신기술기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에 걸쳐 47개 기업을 발굴해 24개 회사가 졸업했다. 이 중 10개는 신규 거래가 일어났고 23개 회사가 현재 활동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기술을 가졌지만 아직 미성숙한 제품들은 공동개발과 자금지원 등을 통해 기술과 부품을 개발하고 삼성전자와 거래를 하게 한다. 창조적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발굴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어떤 기술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대기업이 원하는 기술의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제품개발을 통해 협력사의 기술수준을 높여 거래를 개시하고 신규 비즈니스로 연결해주고 있다.
▲정 총장 대행=중소기업들의 독자적 R&D는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실패율을 낮추는 방법이다. 중소기업이 20년 동안 5건 정도 기술을 개발한다. 기술개발 성공률은 57%, 사업화 성공률은 37%에 불과하다. 그런데 구매조건부사업이나 민간공동투자사업의 성공률은 87%나 된다. 구매조건부사업은 대기업이 일단 구매조건부로 개발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화 성공률이 높다. 117개 정도가 구매조건부사업으로 개발됐다. 구매조건부는 정부가 75%, 개인이 25%의 기술개발 비용을 부담한다. 민간공동투자는 기술개발 비용의 37.5%를 정부가, 37.5%를 대기업이 지원한다. 역시 나머지 25%를 중소기업이 부담한다. 민간공동투자의 경우도 대기업이 자금을 지원하므로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기 때문에 성과가 매우 높다.
▲김 교수=기술ㆍ사람ㆍ자금 이 세 가지가 문제다. 27개 정부 R&D기관이 5조원 넘게 쓰고 있는데 정부는 이런 자금이 실제로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위해 제대로 쓰이는 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자금정책의 경우 금융기관도 그렇고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도 분발해야 한다.
▲최 부사장=삼성전자는 국내 중소기업의 부족한 기술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8월 신기술개발공모제를 도입,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1,000억원의 기술개발 자금을 출연했다. 신기술개발공모제는 삼성전자와 거래하지 않는 중소기업이라도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계획과 방향성이 맞는다면 심사를 거쳐 개별 기업당 10억원까지 개발비를 무상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자금이 잘 활용돼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 다만 3년 동안 1,000억원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 돌이켜보면 150억원 정도 지원하는 데 머물렀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중소기업이 이 제도를 알 수 있도록 홍보를 더욱 강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정부 차원에서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노력해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의 '기업성장 희망 사다리'가 구축됐으면 좋겠다.
▲정 차관보=좋은 지적이다. 현재는 (신기술 개발자금의) 대상이 중소기업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해석을 확대하고 신기술공모제 전체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혁신과 인력양성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대상도 중견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가능할 듯하다. 현재 소기업에서 출발해 중소기업ㆍ중견기업ㆍ대기업 등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손질을 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르면 종합적인 세제개편안을 상반기에 준비해 회의를 진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 세제개편안에는 가업상속에 관한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가업상속이 제대로 돼야만 고용이 유지되고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
▲심 대표=지난해 지경부에 국책과제를 신청하기 위해 2011년부터 과제신청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친 적이 있다. 그 과제에 신청하는 동시에 기술개발에 착수하는데 저희가 삼성전자 신기술개발공모전과 국책과제에 둘 다 선정돼 10개월 만에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로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9건의 특허가 국내 출원됐으며 3월 전 일본과 대만 등 직접경쟁 업체 국가에도 출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방향성을 마련해준 사례다. 중소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것은 인건비 정도다. 연구개발비는 다 정부가 지원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자금 리스크를 해소해주면서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신기술개발공모제인데 홍보가 부족하다. 재단에서 홍보하고 활성화해 여러 기업들이 알고 혜택을 받아 부담 없이 기술개발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중소기업에 아주 큰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사회=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창조적 동반성장의 틀을 만들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
▲김 교수=지원기관들이 수동적 지원에서 적극적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 예로 투입정책에서 효과정책으로 평가방법을 바꾸자. 지난 30년은 실행의 시대였다. 앞으로는 평가의 시대가 돼야 저비용 고효율로 중기지원이 가능할 것 같다.
▲정 차관보=재정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정부의 재정투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금융공사ㆍ중소기업진흥회ㆍ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의 비재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지원기관의 경쟁력도 하나의 경쟁력인데 현재 금융기관들은 프로그램은 많지만 경쟁력이 없다. 또 대기업은 협력업체들에 충분한 이윤구조를 줘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 과학자들을 한국에 유인해 창업은 우리나라에서 한 뒤 전세계 기술과 결합하면서 고용창출이 한국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 부사장=삼성전자는 그동안 협력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지원을 해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차별화된 혁신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사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벌여 동반성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정 총장 대행=동반성장위가 동반성장지수를 지정하는 데 참여하는 대기업에 감사하고 있다. 대기업이 잘 지켜주고 있다. R&D 부분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독립적으로 R&D를 하는 것이 비용도 낮고 성공률도 낮기 때문에 모기업과 협력기업이 함께 해서 개발하는 걸로 계획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