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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과 두려움
입력2003-02-23 00:00:00
수정
2003.02.23 00:00:00
"전쟁만 터져라, 그러면 주가가 뜬다."
이라크전쟁은 최근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재료다. 애널리스트들도 비슷하다. 대부분 전쟁을 반등장세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면 시장을 짓누르던 가장 확실한 불확실성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선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은 최근 몇년간 계속 틀려왔다.
지난 2002년 초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1,000포인트 안착을 전망했고 2001년에도 4자리수 도약을 외쳤다. 그러나 지수는 현재 그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예측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투자자들이 기억하는 2001년 9ㆍ11테러 사태 이후의 급반등장도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 지난해 4월 937포인트까지 급상승했지만 미국 등 다른 주요 선진국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테러 이후에 반짝 올랐을 뿐이다.
주가급등 이유를 테러와 전쟁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저금리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었고 내수경기도 활황세였다.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경기는 침체되고 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북한 핵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라크전쟁보다는 북한 핵문제가, 북한 핵문제보다는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한국 증시에는 더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새 정부의 강한 재벌개혁으로 바짝 엎드려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지도 의심스럽다.
미국 월가조차도 점점 더 전쟁 이후를 기대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오히려 전쟁과 상관없이 미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들이다.
`욕심(Greed)`과 `두려움(Fear)`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주식시장이다.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욕심이 생겨야 증시에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른다. 반대로 두려움이 커지면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무리한 욕심은 걷잡을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의 원칙 중 하나로 `손절매`가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눈높이를 낮추고 위험을 줄이는 데 충실할 때다. 전쟁이 급등장을 부를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막연한 욕심이다. 위험이 없으면 큰 수익도 없다는 말을 믿기에는 현실이 너무 불안하다.
<이용택(증권부 차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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