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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도자기 원산지, 스티커 표기 적법성 논란

동남아 등서 생산한 OEM 제품, 직수입으로 속여 폭리 취해도<br>식품위생법 적용 단속 힘들어<br>업계 "시장 교란 엄중 처벌을"… 관세청 "현행법으로 문제 못 삼아"

서울의 한 백화점에 진열된 1만5,000원짜리 국내산 행남자기 밥그릇(왼쪽)과 5만3,000원짜리 미국 레녹스 밥그릇. 국내 제품의 경우 원산지가 제품에 직접 'KOREA'로 인쇄돼 있지만 레녹스의 경우 스티커 방식으로 인도네시아 원산지가 표기돼 있다. /윤경환기자

국내산보다 가격이 3~4배 비싼 수입도자기들이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산지 표시방식의 적법성을 놓고 관세청과 업계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관세청은 식품위생법상 도자기는 원산지 표시 예외대상으로 분류돼 있어 현행법으로는 스티커 형식의 원산지 표기를 문제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 도자기업체들은 쉽게 떼어낼 수 있고, 눈에 잘 안띄게 스티커에 원산지 표시를 하는 수입업체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동남아산을 마치 미국, 영국산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폭리를 취하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

3일 도자기업계에 따르면 태국ㆍ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된 수입도자기 중 상당수는 스티커를 이용해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덴마크의 로얄코펜하겐, 영국의 포트메리온 등은 자국산 제품의 경우 원산지를 인쇄하지만, 그외 지역 생산제품에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는 국가 브랜드가 높은 원산지만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국가 브랜드가 떨어지는 원산지는 최대한 숨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OEM제품도 직수입과 가격이 거의 같은 데다 제품 구입 후 라벨만 떼면 원산지를 확인할 길이 없어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수입 제품으로 착각할 수 있는 셈이다. 원산지 표시 제도를 악용해 소비자를 현혹, 시장을 잠식하고 몇배의 이익을 얻고 있다는 국내도자기업계의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자 한국도자기타일공업협동조합은 지난 8월28일 수입업체들이 도자기 원산지 표시를 위반했다며 관세청에 해당업체들을 신고했다. 또 1일부터는 관세청과 합동으로 백화점 등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관세청은 스티커가 견고하게 부착만 됐다면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위생법및 품질경영촉진법에 따라 원산지와 함께 규격, 수입원 등을 스티커로 표시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이다.

그럼에도 관세청이 단속에 나선 이유는 라벨을 교묘히 안 보이게 하거나 투명한 글씨로 쓰는 등 고의적으로 원산지를 숨기는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관세청 관계자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도자기업체들이 원산지 표시를 라벨 방식으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속할 수 없다"며 "일률적인 단속보다는 고의적으로 원산지 표시를 부실하게 표기한 업체만 골라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국내 도자기업계는 도자기가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는다는 관세청의 법리해석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식품과 도자기의 특성은 엄연히 다른데 왜 도자기까지 원산지 표기 예외규정을 적용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 식기라는 특성과 무관하게 상술을 위해 인쇄ㆍ라벨(스티커) 방식을 병용하는 업체들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잘못된 법적용이라는 것.

도자기타일공업조합 관계자는 "현재 중국ㆍ동남아시아 등에서 만들어진 수입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 라벨 방식으로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도자기는 원산지가 제품 이미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데 많은 소비자들이 수입업체에 속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른 물품과 달리 도자기만 라벨 방식 원산지 표시가 위법이 아니면 단속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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