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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재정 8조5000억 투입 경기 진작

기금 지출 증액… 공공투자 확대… 이월·불용 예산 활용…<br>■ 거시경제 대응 어떻게<br>기금지출 증액분 54% 국민주택기금에 할당<br>공공투자 재원 1조로 혁신도시 앞당겨 추진



정부가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거시경기 대응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무리하게 나랏빚을 내 추가경정예산을 풀기보다는 기존 예산의 한도 내에서 각종 여유자금 등을 8조5,000억원까지 긁어모아 연내에 집행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이는 규모면에서 평상시의 추경예산과 맞먹는 수준의 돈을 시중에 풀어 경기를 진작시키면서도 국가부채를 키우지 않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하반기에 풀릴 8조5,000억원의 재원은 ▦기금 지출 증액 2조3,000억원 ▦공공투자 확대 1조7,000억원(공공기관 1조1,000억원, 민간투자 조기집행 6,000억원) ▦예산 이월ㆍ불용 예상액 활용 4조5,000억원을 통해 마련된다.

기금지출 증액의 약 54%인 1조2,300억원은 국민주택기금에 할당돼 서민들의 주택구입ㆍ전세 자금지원을 위해 쓰인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이 2,900억원, 신용보증기금이 850억원, 기술신용보증기금이 550억원, 무역보험기금이 185억원 증액돼 중소ㆍ수출기업들의 신용경색을 방지하는 데 사용된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이 1,175억원 더 늘어나는데 이중 622억원은 양파와 콩ㆍ팥 등 주요 농작물의 비축물량을 확대하는 데 사용된다. 배추 계약재배용으로도 370억원이 활용된다. 또한 농식품 수출업체 지원용으로 200억원이 배정돼 해당 기업들의 수출용 원료구매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 투자확대 재원 1조1,000억원은 혁신도시 사업을 앞당겨 추진하고 발전시설 보강과 댐 건설사업 등을 조기집행하는 방식으로 뿌려진다. 공공사업 분야에서의 민간투자 조기집행분 6,000억원은 주로 도로와 철도, 관사 건설 분야의 민자사업 일정을 재촉하는 형식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재정 여유자금 집행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시점을 앞당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정부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재정을 풀어도 소비의 주체인 가계가 집값 하락과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에 짓눌려 있어 내수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이 어렵다"며 "더구나 해외수출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재정정책을 써도 경기가 꺾이는 것을 겨우 방어하는 수준이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4%나 낮춰 3.3%로 조정한 것도 이 같은 대내외 여건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 들어서는 비교적 안정세로 접어드는 신호를 보이는 것은 다소 위안거리다. 정부는 28일 올해 물가상승률을 기존 전망치(3.2%)보다 크게 낮춘 2.8%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가 비교적 낙관하는 또 다른 경제지표는 고용이다. 유럽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취업자 수는 올 들어 40만명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가자 정부는 아예 취업자 증가폭을 기존의 28만명에서 4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수출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행수지를 포함한 서비스수지 개선으로 180억달러의 흑자를 시현할 것으로 정부는 관측했다. 이 역시 당초 전망치보다 20억달러 상향 조정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경제성장률을 3.3%로 하향조정하면서 "지금의 경제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심화되고 있는 가뭄 사태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이어지며 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기대치를 상회할 수도 있다. 또 유럽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경우에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고용ㆍ수출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실제 경제성장률은 3.3%를 하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학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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