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보이자 수익성 제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은행들이 비이자 부문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자문업은 수익을 내는 한편 부유층 고객과도 접점을 넓힐 수 있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본점 부동산팀의 부동산투자자문 서비스를 유료화했으며 지방은행 중에서는 경남은행이 부동산 컨설팅을 시작하는 등 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투자자문업 등록 인가를 받고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본점 자산관리솔루션부 부동산팀의 투자자문 서비스를 유료화해 최근까지 5개월 동안 7건, 2억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도 5건의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고 각 PB센터나 지점장 등을 통해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하나·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도 부동산 투자자문업 등록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문료는 자문 대상인 부동산 가액의 2% 이내에서 받을 수 있다. 100억원 가치의 부동산에 대해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최대 2억원을 수수료로 챙길 수 있는 셈이다.
경남은행도 지난 2월 고객의 체계적인 자산관리 지원을 위해 부동산자문 서비스를 실시했다. 아직 유료화 계획은 없지만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지역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부동산뿐만 아니라 해외 부동산투자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늘어나자 은행들은 이와 관련한 금융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해외 상업용 부동산 금융주선 전담 인력을 배정,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 물건 확보에 나섰다. 하나은행도 해외 주요국을 대상으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자문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저금리로 이자 부문 수익이 바닥을 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4분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1.6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이자부문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 힘든 은행으로서는 비이자 부문 이익 확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들썩거리는 부동산 경기로 고객의 상담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또 부동산 자문업은 투자자들이 대부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거액 자산가들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부동산 자문 수수료는 물론 여타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부가적인 수익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를 위해 유료 부동산 투자 자문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고객이 은행에서 돈을 내고 자문 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점차 문화가 정착되면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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