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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직위파괴] '장(장)' 자리가 없어진다
입력1999-03-01 00:00:00
수정
1999.03.01 00:00:00
내근 직원만 1,200명에 부장·팀장·과장이 1명도 없는 회사가 생겼다. 「장(長) 자리」를 아예 없앤 것. 「장자(字)」가 붙은 직위는 사장(社長) 자리 하나 뿐이다.흥국생명은 3월 조직혁신과 함께 새로운 직위체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새로 선보인 직위체제의 내용은 부장·실장·팀장·차장·과장 등 직위를 완전 폐지한 것. 장(長)급 관리자 아래직위였던 대리·주임직위도 없앴다.
대신 수석·선임·책임·담당제도를 도입했다. 사원부터 부장까지 최고 8단계 직급이 4단계로 축소됐다.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부장·실장·팀장이 수석, 차장·과장이 선임, 대리가 책임, 주임과 사원이 담당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30여명의 개인영업수석, 총무수석, 홍보수석 등 모두 30여명의 수석이 생겨난다. 흥국생명 반성우(潘成雨) 사장도 휘하에 「수석」을 가장 많이 거느린 사람이 됐다. 본사내 5개 사업본부가 있지만 본부장의 직급은 임원이다.
기업체에서 「장」자리를 없앤 것은 국내 처음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금융기관, 서비스업체를 통틀어 이같은 직위체제는 국내기업중 유례가 없었다. 물론 1만여명에 달하는 영업조직은 예외다. 영업소장, 국장 명칭과 조직골간이 그대로 유지된다.
흥국생명의 신직위체제 도입은 개개인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자는게 목적. 이 회사 이창호(李彰昊) 전무는 『집단책임풍토를 개인책임으로 전환하는게 이번 제도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식 집단책임주의에서 미국식 개인역량 발굴주의로의 전환」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업무도 개인중심으로 전환된다. 이같은 시스템에서 직원이 업무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대로 드러나게 돼 있다. 과거에는 일을 잘하거나 못하거나 똑같이 직위와 직급으로만 평가되고 급여를 타냈지만 이제는 제도적으로 무능력과 무사안일이 설자리가 없어진 것. 흥국의 제도개혁에는 지난 1년간 회사업무 전반을 정밀실사한 IBM컨설팅의 권고도 작용했다.
흥국의 새로운 시도에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법인영업 등 외부와 접촉이 많은 부서에서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부장, 팀장 같은 타이틀없이 영업이 되겠냐』며 걱정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수적인 색채로 유명한 흥국의 파격적인 제도개혁에 의미를 찾고 있다.【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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