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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세무조사등] 재벌정책 '길들이기'차원 떠났다
입력1999-09-02 00:00:00
수정
1999.09.02 00:00:00
이종석 기자
대우그룹 워크아웃 신청에 이어 현대그룹 검찰조사와 삼성그룹 총수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이 잇따라 발표되는등 이른바 「빅3」 그룹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일부에서는 IMF 위기탈출이라는 최우선 과제에 밀려 그동안 잠복해 있던 DJ 정부의 대(對)재벌정책이 집권 2년째를 맞아 점차 제색깔을 찾아가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집필한 「대중경제론」과 8·15 경축사에서 밝힌 「중산층중심 경제」 철학이 서서히 현실에 접목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검찰 국세청 공정위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한 이같은 압박기조는 현 정부의 재벌정책이 그간의 구조조정 지원 차원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소수 재벌이 나라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책적 수단은 물론 총수 개인의 민·형사상 책임까지도 파헤치는 고강도 전략을 구사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종합적인 접근없이 그때그때 일이 터질 때마다 관계당국에서 「업적쌓기」 식으로 처리하다간 자칫 「소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재벌개혁 메스들었다= 정부가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재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 8.15 광복절을 전후해서였다. 그동안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해온 재벌개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이보다 한차원 높은 실질적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의도는 金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통해 중산·서민층 지원을 위한 세제개혁 및 기업지배구조개선이라는 대책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의지와 맞물려 민형사법을 동원한 재벌압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8.15 재벌개혁 대책이 발표된지 불과 2주여일만에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현대그룹 회장단에 대한 검찰조사 방침이 공개됐다. 뒤이어 삼성그룹 총수에 대한 세무조사설이 흘러나왔다.
재계를 대표하는 이른바 「빅3」 그룹이 돌아가면서 모두 포함된데다 발표 주체가 국세청, 검찰 등 권력기관이라는 사실이 의혹을 증폭시켰다. 재벌 문제가 비단 하루이틀 사이에 발생한 것이 아닌데 이처럼 몰아치기식으로 문제를 폭로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저의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꼬리를 이었고, 이에대한 답으로 金대통령이 야당시절 집필한 대중경제론이 현실에 접목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됐다.
한마디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재벌개혁과는 수위가 다르고 그 결과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인 재벌개혁을 위해 전방위 수술작업에 착수한 것 같다』며 『최근의 상황은 전신수술에 앞서 치러지는 국부수술에 불과하다』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배경은 뭔가= 정부의 재벌정책은 크게 세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단기적인 측면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8·15를 전후해 발표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나 부채비율 감축 요구 등은 이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기업과 오너의 연결고리를 차단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재벌개혁의 주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2금융권의 투자범위를 제한하고 변칙 상속및 증여행위를 억제키로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기업을 배제한 중산·서민층 중심의 경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서민층 중심의 경제기반을 구축하겠다는게 바로 「생산적 복지정책」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재벌개혁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金대통령의 경제철학을 최종적으로 집약하는 것이며, 집권 전부터 추진해 온 총체적 경제개혁 수순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고통치자의 의중을 파악한 일부 권력기관들이 서로 「충성경쟁」을 벌이면서 재벌개혁의 단초들이 두서없이 서둘러 터져 나오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재벌개혁을 위한 수술이 각 기관을 통해 동시다발로 시작됐고, 수술의 강도 또한 그 어느때보다도 강할 수밖에 없다는게 현재까지의 정황이다.
이종석기자J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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