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자금난으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장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경우 주가 하락은 물론 상장폐지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대출원리금 연체사실을 알린 상장회사는 총 7개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이 대출원금을 비롯해 이자마저 갚지 못했다고 알린 횟수만 11차례로 STX중공업ㆍSTX엔진ㆍ금호산업ㆍ에스에이치투ㆍ기륭이앤이ㆍ네오퍼플ㆍ제너시스템즈 등은 매출채권 회수가 늦어지거나 대출기관과 만기 연장 합의가 지연됐다는 사유로 대출원리금 연체 사실을 공시했다. 지난 해도 마찬가지로 5월 첫 사례가 발생한 이후 7개월 만에 총 11개 상장사가 18차례에 걸쳐 원금과 이자 등 대출원리금 연체 사실을 알렸다.
대출원리금 연체사실발생 공시는 지난 해 4월23일부터 도입됐다. 한국거래소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규정을 개정, 대출원리금연체발생 공시를 상장사에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은 자기자본의 10%를 웃도는 대출금 연체가 발생하면 즉시 이를 공시해야 한다.
이처럼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는 것은 저성장 기조 속에 자금조달시장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금조달 시장 양극화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회사채 발행 등은 이미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게 현실. 올 들어 발행된 회사채 물량의 100%가 대기업에서 비롯될 정도다. 반면 중소기업이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0원이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자금조달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조선ㆍ건설ㆍ해운 등 회사의 경우에는 업계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해당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순탄치 못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출원리금연체발생을 공시한 기업들의 경우 자금난을 겪고 있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주가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주의를 권하고 있다. 특히 이들 17개 기업 가운데 8개사가 대출원리금연체발생 사실을 공시한 뒤 빠르면 한 달, 늦어도 1년 내 부도나 감사의견거절 등으로 상장폐지라는 벼랑 끝에 몰렸다는 점도 우려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한 상장회사 기업설명(IR) 담당자는 “만기 내 빚을 상환하지 못한다는 것은 회사 내 자금이 바닥난 상태를 의미한다”며 “대출금 연체 사실이 발생했다는 점 자체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뜻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해당 상장사에 대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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