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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불안 예상보다 심각" 한은 10개월째 금리동결

뚜렷한 '시그널' 없어 금리인하는 당분간 없을듯<br>"한은 시장 중립적" 해석에 국고채 5년물 보합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물가불안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의례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강도 높은 톤으로 물가 걱정을 할 정도다. 특히 이 총재가 지난 4월, 5월과 달리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그널도 주지 않아 사실상 당분간 금리인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금리인상을 예상할 수 있는 시그널 역시 언급하지 않은 점으로 봐 금리인하의 문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 우려가 지배한 금통위=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6월 기준금리를 5.0%로 10개월째 동결하면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한층 높였다. 한은은 이날 발표문 자료에서 “최근과 같은 고유가ㆍ고환율 여건하에서는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성장의 하방 리스크보다 크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한은이 성장과 물가에 대한 위험성을 비슷하게 다뤘던 점에 비춰보면 무게중심을 물가 쪽으로 확실하게 옮겼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물가 우려는 발표문 곳곳에서 예전보다 높은 수위로 자주 언급됐다. 지난달 ‘높은 상승세 지속’이라는 표현에서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다’는 문구가 사용됐다. 또 ‘공산품과 서비스요금이 큰 폭 오르는 등 물가 상승세가 대부분의 품목으로 확산되는 모습’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정책을 운영할 필요’ 등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음을 경계했다. ◇금리 시그널이 사라진 이 총재=이날 인플레 우려와 함께 눈에 띄는 관전 포인트는 금리 향배를 점쳐볼 수 있는 이 총재의 시그널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4월에는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해 유례없이 강한 경계감을 표명하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5월에는 ‘지금은 적당한 때가 아니다’라며 여전히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는 불확실한 경기보다 강력한 톤으로 물가 걱정을 토로했다. 그는 “원유 가격이 많이 올라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6월 이후 물가는 5월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물가 전망이 상당히 높아지는 쪽으로 바뀌었다”고도 설명했다. 전과 달리 금리인하를 추정해볼 수 있는 시그널이 차단된 셈이다. 아울러 금리인상 시그널도 없었다. 금리인상론에 대해 그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으나 언제 반등할지 전망하기 어렵고 물가는 경제 내에 흡수되면서 정상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금리정책을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물가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어려운 마당에 당장 금리인상 카드를 쓰기는 어렵다는 뉘앙스다. ◇시장은 ‘한은 중립’ 반겨=채권시장은 이날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다. 오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물가 상방 리스크가 성장 하방 리스크보다 크다’라는 한은 발표문을 차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돼 채권금리가 0.1%포인트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이 금리인상 쪽이 아닌 중립이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곧바로 오름폭을 되돌림했다. 이날 국고채 5년물은 전일과 같은 연 5.86%를, 국고채 3년물은 0.01%포인트 오른 연 5.74%를 기록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오전에는 한은의 물가 우려 자료로 금리가 급등했으나 이후 이 총쟁의 발언이 그렇게 매파적이지 않은데다 금리인상론에 대해서도 시장중립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금리가 보합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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