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고 소박한 이미지의 핀크스 골프장은 내년 3월 유러피언투어를 앞두고 국제 규격의 도전적인 코스로 거듭나고 있다. 당초 핀크스를 설계한 테어도어 로빈슨은 이 곳의 지형을 보고 단순함과 절제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전제 아래 현란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코스를 만들어냈다. 한라산을 등에 지고 불룩 솟아오른 산방산을 앞에 둔 핀크스에서의 라운드는 그래서 조용하게 산책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새로 고쳐지는 핀크스 역시 기본적인 핀크스 특유의 정갈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전장을 늘이고 벙커의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면서 곳곳에서 도전욕구를 느낄 수 있도록 다듬어지고 있다. 이 핀크스 골프클럽을 대표하는 홀은 서코스 9번홀이다. 내년 유러피언투어에 맞춰 469야드의 새로운 티잉 그라운드를 만든 파4의 이 홀은 18홀 중 핸디캡이 10이다. 하지만 핸디캡 상위 수준의 홀과 비교해도 손색 없이 정교한 공략이 필요하다. 보통 마지막 홀은 다소 쉽게 만들어서 골퍼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곤 하지만 핀크스의 서코스 9번홀은 다르다. 그린의 경사와 바람의 영향을 읽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 특유의 착시 현상으로 그린이 오르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리막 지형인 도깨비 홀이다. 때문에 핀 가까이에 붙이려고 세컨 샷을 욕심내면 볼이 딱딱한 그린에 튕긴 뒤 내리막 경사를 타고 흘러가기 일쑤다. 오르막이려니 하고 핀을 넘기면 볼은 삼단뛰기 하듯 튀어나가 러프로 미끄러져 간다. 결국 핀 앞쪽에 세컨드 샷을 안착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린 앞으로 페어웨이 오른쪽에 있는 워터해저드에서 이어지는 개울이 흐르기 때문이다. 장타자이든 단타자이든 여기에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온 그린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한 타 포기할 것인가.' 골퍼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 홀은 코스 설계가 테오도르 로빈슨이 사랑했던 홀이라고 한다. 특유의 크릭 해저드를 디자인하고, 또 생애 최후로 만든 홀이었기 때문이다. "코스 획기적 리모델링 작업 진행중" ■ 이영덕 대표 "핀크스 골프클럽은 세계 100대 골프장을 목표로 설립하여 지난 1999년 오픈 직후부터 국내 유수의 골프 잡지에 국내 10대 골프 코스로 지속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에도 10대 코스를 선정한 뒤 계속 순위에 들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핀크스 이영덕 대표이사 사장은 개장 이후 계속해서 손꼽히는 명문 코스로 지목 받아 온 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에는 미국과 영국의 유명 잡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코스 안에 들기도 했다"고 자랑하는 이 사장은 "항상 모든 임직원들이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의 평가보다 더 나은 평판을 듣기 위해 더더욱 노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 노력의 일환이 내년 3월 유러피언 투어 유치다. 2008년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동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러피언투어 공식 대회를 치르기로 한 것이다. "사실 핀크스 골프클럽의 순위가 약간 내려간 데 대해 여러 각도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모색하던 중 대형 골프대회 유치를 결정하게 됐다"는 이 사장은 "전 세계에서 약 3억명 가량이 시청하는 글로벌 경기인 유러피언투어 골프대회 유치를 계기로 획기적인 골프코스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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