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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은행권 하이브리드채권 처리 딜레마

내년 콜옵션 행사 도래 규모 1조 넘어<br>조기상환땐 자본비율 하락 우려<br>대주주 증자·새 채권 발행 어려워<br>지방은행 상환후 대안마련 쉽잖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쓰였던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의 처리방안을 놓고 은행권이 딜레마를 겪고 있다.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나 은행의 신뢰도를 고려하면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맞지만 조기상환 이후 낮아진 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내년에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하이브리드채권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5,3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2,550억원), 국민은행(1,000억원) 순으로 많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내년 말에 2,300억원 규모의 콜옵션 행사를 앞두고 있고 대구은행은 내후년 초에 총 4,000억원의 하이브리드채권 조기상환이 예정돼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금융위기를 전후로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한 적이 없고 기업은행은 6,000억원어치를 발행했지만 콜옵션 행사일이 오는 2016년이다.

이들 은행은 이른바 '평판 리스크'를 생각해서라도 콜옵션 행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서 콜옵션 행사는 관례로 통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리도 높아 최근의 수신여건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신한은행이 2008년 3월에 발행한 5,3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의 금리는 6.83~7.02%에 달한다.

금융 당국 역시 특이사항이 없는 한 승인을 해줄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콜옵션 행사를 원하고 있고 조기상환을 하지 않게 되면 은행의 신인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선택권이 많지 않다"며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굳이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09년 콜옵션 행사를 포기해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문제는 이후다. 은행들이 하이브리드채권을 조기 상환하게 되면 기본자본비율과 BIS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예컨대 기본자본이 15조원이라고 가정하고 1조원을 갚아버리면 기본자본비율은 15분의1만큼 하락한다. 금융 당국은 이 줄어든 부분만큼 증자나 새로운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통해 충족시키기를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증자를 하자니 대주주의 자금여력이 떨어지고 자본시장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남은 대안은 신규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주주의 증자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신규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바젤3 협약으로 발행여건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강화됐고 창구발행도 막혀서 수요예측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하이브리드채권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들의 고민이 크다. 예컨대 대구은행의 경우 자기자본(2012년 6월 말 현재 2조6,255억원) 대비 하이브리드채권 비중이 15%에 달하며 부산은행은 7.6%이다.

한 대형증권사 은행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하이브리드채권을 상환한다고 해서 은행권의 BIS비율이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지방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비중이 높아 상환 이후 대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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