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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주영 前 명예회장 영전에] 김각중 전경련 회장

창졸간에 홀연히 떠나가시다니 이 무슨 황망한 이별이며, 이토록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우리는 어떻게 달래야 합니까.현세에 태어나 내세로 떠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지만 그토록 위풍이 당당하셨던 모습을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비감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회장님의 발자취는 우리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우리 산업현장의 구석구석에 회장님의 손끝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뜨거운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거친 모래바람을 헤치고 달러를 벌어오던 일은 우리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었습니까. 백사장 사진 한 장만으로 선박을 수주하던 그 담대한 기백은 우리를 얼마나 감탄케 하였습니까. 우리의 자동차를 세계 곳곳의 도로위에 누비게 한 업적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터인지라 그 얼마나 자랑스러웠습니까. 격랑의 세월속을 영일없이 지내오신 회장님께서 남기신 일들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우리 경제 깊숙히 스며있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회장님께서는 남북화해무드를 조성하기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으시는 극적인 장면을 보고 우리 모두 과연 회장님답다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습니까. 회장님께서는 그야말로 진정한 재계의 큰 별이셨습니다. 회장님은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신 애국기업인이자 경제를 앞장서서 이끌어 오신 참된 개척자이셨습니다.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시는 회장님의 강건한 모습을 다시 뵈올 길이 없어 서러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부디 이 세상의 근심일랑 다 잊으시고 좋은 세상에서 편히 쉬시옵소서. 우리 경제인들은 경제계의 거목을 떠나 보내는 슬픔을 딛고 이 땅에 회장님의 신념에 찬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을 기리며 우리 경제 선진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안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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