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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산업을 살리자] 5. 화학·섬유소재산업

국내 섬유산업은 98년 현재 총생산액이 36조원으로 전체 생산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은 166억달러로 총수출의 12.5%를 점하고 있으며 131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섬유산업이 이처럼 주요 수출산업이자 최대 무역수지 흑자산업으로 국내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상누각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우선 국내 섬유소재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소재에 치중해 있다. 범용소재의 생산비중은 전체의 80%. 주로 중저가의류시장에 수출되는 이들 제품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둔화및 채산성악화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97년 총 152만톤이던 수출물량은 98년 156만7,000톤으로 약 2.5%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수출금액은 97년 183억달러에서 98년 166억달러로 오히려 10% 감소했다. 결국 싸구려제품을 대량으로 팔았다는 얘기다. 업계관게자는 『고부가가치 첨단 섬유부품·소재를 개발하려는 종합적인 노력이 미흡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지난해 섬유류 수입액 35억달러중에서 원사·직물류의 섬유소재 수입이 28억달러나 되는 것은 국내 섬유업계가 소재개발에 얼마나 소홀히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 섬유소재산업의 또다른 문제는 현재 초기단계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산업용섬유 생산비중이 20%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점이다. 국내 업계가 고성능·고기능성 신섬유 개발 수요를 외면하는 동안 선진국들은 원천기술개발에 주력, 기술종속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자원부 섬유생활산업과에 따르면 산업용 섬유는 최종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세분화된 다양한 가공기술과 응용기술이 요구되는 특성을 갖고 있으나 국내업계는 대량생산방식을 고집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섬유소재산업의 낙후는 관련업체의 98%가 중소기업으로 기술및 투자능력이 부족한데 기인한 바 크다. 중소 섬유업체들끼리 저중위 기술로 인건비 따먹기식의 대량생산에 열을 올리며 수출단가 인하경쟁을 벌이다 섬유산업 자체가 슬럼프에 빠져 버렸다. 대구지역의 중소 섬유업체를 대상으로 경영자문을 했던 한 컨설턴트는 『섬유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못박고 『지금까지 중소 섬유업체 지원정책을 보면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시설자금등을 저리융자해줬고 이 결과과잉설비문제를 초래해 업계를 공멸의 길로 내몰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수기술, 고부가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를 선별, 집중적으로 자금및 기술지원을 해주는 한편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시장원리에 맞겨 퇴출등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유소재산업과 함께 정밀화학산업 역시 핵심소재산업이자 고부가가치를 낳는 미래 유망산업의 하나다. 정밀화학산업은 석탄, 석유화학등 기초화학산업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자동차를 비롯 전기·전자, 기계, 조선, 섬유, 화학산업등에 부품및 소재를 공급한다. 정밀화학업계 역시 중소기업이 97.8%로 대다수다. 이에따라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낮고 규모가 영세해 기술집약산업인 정밀화학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장 핵심기술인 신물질창출분야와 고품위기술등 신제품개발능력의 기술기반은 매우 취약, 상당기간 기술종속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기술수준 역시 선진국(미국)의 60% 선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일반 범용성제품과 일부 원자재 생산기술은 어느정도 선진국 기술수준에 도달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 실정이다. 정밀화학산업의 한분야인 제약업계의 한관계자는 『국내 제약업체들은 초기에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들어가는 신약개발보다는 소위 물장사 즉 드링크류를 팔아 성장해왔다』고 진단하고 『이런 안이한 자세때문에 국내에는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들이 크게 성장한 지금 개발비를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곳이 적지 않지만 막대한 돈이 들고 리스크가 높은 신약개발에 섣불리 뛰어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업계의 얄팍한 상혼때문에 소재분야 기술개발이 잘 안되고 있는 것도사실이나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백화점식, 물량공세식 지원에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이번 산업자원부에서 내놓은 이분야 부품산업 육성책을 보면 화학물질안정성 평가센터등 새로 기관을 만들겠다는 방안 일색인데 관련기관만 늘리면 기술개발이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그는 또 『업계사정을 똑바로 파악해 될만한 데를 파격적으로 밀어주고 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도해 산업구조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혜안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결국 무슨 대책만 발표했다 하면 그저 이와 관련된 정부산하기관을 만들어 퇴직공무원들이 갈 자리나 만들려는 조직이기주의식 발상부터 뜯어고치고 사심없이 업계 사정을 꼼꼼히 파악하고 있어야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규진기자KJ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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