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함께 모처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만큼 평소에 신경 쓰지 못했던 부모님의 건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부모님의 목소리와 손짓·발짓을 비롯해 수면습관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해본다면 평소에 발견하지 못했던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탁한 목소리 폐 기능 저하 의심
일단 부모님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자. 나이가 들어갈수록 목소리가 점점 허스키하고 거칠게 변하는데 이는 성대가 늙고 약해졌다는 신호다.
나이가 들면 성대 인대의 긴장이 떨어지고 성대 주변 근육이 위축돼 탄력이 떨어지면서 주름이 생긴다. 이로 인해 성대 사이에 간격이 생기면서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나고 성대 진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점액의 분비도 줄어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쉰 목소리가 나는 탁성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목소리가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면 폐 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수도 있다. 심폐량이 떨어지면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소리를 밀어내는 호기력이 떨어져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무엇보다 목소리의 노화는 근육과 폐 기능 등 몸의 전반적인 체력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설날 찾아뵌 부모님의 목소리가 많이 변했다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 뇌졸중 위험
설 연휴는 부모와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수면상태를 눈여겨 살펴보는 것이 좋다. 노인에게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뇌졸중과 고혈압 등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골이 또는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과 주간 졸음, 심장혈관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이 심하면 수면 중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낮 동안 피곤증과 졸림증, 기억력 감퇴 등이 유발되고 당뇨, 심혈관계 질환이나 고혈압 발생 확률도 높일 수 있다.
부모와 같이 잘 때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들리면 일단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부모의 수면상태에 이상기류가 느껴지면 수면다원검사 등으로 특별한 수면 질환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세' 안되면 회전근개 파열 우려
또한 노년층의 경우 무엇보다 어깨와 관절·허리 등 근골격계에 질환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평생 농사일이나 힘든 가사 노동을 한 어르신은 고질병처럼 어깨 통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팔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 즉 만세 동작이 어려우면 어깨 힘줄이 손상된 회전근개 파열을 의심할 수 있다. 어깨 힘줄인 회전근개는 노화나 반복적인 작업 활동 등에 의해 손상되는데 처음에는 염증이 생기고 치료하지 않으면 조금씩 찢어져 나중에는 힘줄 전체가 파열된다. 어깨 힘줄이 파열되면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기 어렵고 힘없이 툭 떨어지기도 한다. 찢어진 회전근개는 관절내시경 수술로 봉합해야 한다.
박의현 연세견우병원 원장은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통증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도 어깨를 움직이기 어려우면 오십견일 가능성이 높다"며 "오십견은 어깨 관절막을 이루고 있는 인대에 염증이 생기면서 굳고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회전근개 파열은 통증이 있어도 어깨 아래에서 움직이는 동작은 비교적 수월한 반면 오십견은 어깨가 뻣뻣해져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십견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가 당뇨병을 갖고 있는 경우 반드시 오십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오십견은 회전근개 파열과 달리 수술 없이 약물치료·물리치료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체외충격파치료는 오십견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절뚝거리면 퇴행성관절염 가능성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퇴행성관절염은 대부분의 부모에게서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다.
무릎 관절 연골의 손상이 클수록 통증이 심하고 붓고 뻣뻣해진다. 걸을 때 절뚝거리고 무릎에서 삐걱 소리가 나며 계단을 오르내릴 때 힘들어한다. 양반다리와 쪼그려 앉기 자세를 많이 한 노인들은 관절 안쪽 면에 마모가 집중돼 'O자' 다리가 되는데 양쪽 무릎 사이가 주먹이 통과할 정도면 이미 중기 이상에 접어든 상태다. 이 시기에는 무릎 중심축을 바꾸고 다리를 반듯하게 펴주는 휜다리교정술(근위부경골절골술)이 효과적이며 심한 경우 인공관절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앉았다 일어날 때 책상이나 선반을 잡고 일어나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고 이동속도가 느려진 경우, 다리를 온전히 펴거나 구부리지 못하는 경우 , 계단을 겁내면서 외출을 꺼리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우 등이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는 행동이다.
구부정한 자세 척추질환 적신호
허리 통증이 있어 오래 걷지 못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생활하고 잘 때도 웅크린 자세를 취하는 어르신은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높다. 척추관협착증은 노화로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그 안을 지나는 신경 다발을 압박하는 척추 질환으로 허리 외에도 신경이 이어지는 엉덩이와 허벅지·발까지 통증이 퍼져나가 생활에 큰 어려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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