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1일 ‘고령화 국가의 부문별 지출여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돕고 혁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고령화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경제의 3대 주체인 정부ㆍ기업ㆍ가계 중 정부와 가계의 지출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지출여력은 가처분소득에서 지출을 뺀 개념으로 일반 가정으로 치면 통장에 남아 있는 여유자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지출여력이 줄어들면 자연히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령화 시대에 가계는 가처분소득이 줄어 여윳돈이 사라지고 정부는 복지재원을 대느라 곳간이 비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6%에 달하던 가계 지출여력이 2010년 1.1%까지 떨어졌다. 정부도 같은 기간 4.2%에서 2.3%로 축소했다.
반면 기업의 지출여력은 고령화 시대에도 오히려 더 늘어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우리에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독일ㆍ핀란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9개 국을 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의 기업 지출여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0.8%(1995~1997년)에서 1.7%(2008~2010년)로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이 혁신과 시장 개척 등으로 지출여력을 늘린 결과다. 기업 지출여력이 강세를 유지하면서 전체 경제에 활력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국민소득 증가→고용안정 등의 선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이홍직 한은 산업분석팀 과장은 “기업 지출여력은 기술발전과 노동비용 하락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정부가 첨단 자본재 도입, 국외시장 개척, 투자환경 개선 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