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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레임덕에… 김동수도 힘 빠졌나

가공식품 등 잇단 인상에도 조용


지난해 4월 농심이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을 때 공정거래위원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식품업계의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라면이 서민물가에 끼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공정위는 당시 가격을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자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는 광고를 문제 삼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엉터리 광고 혐의로 과징금을 맞은 후 신라면 블랙은 매출이 급감하며 넉 달 만에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부터 갖가지 방법을 짜내다시피 하며 기업들의 물가 상승을 저지해온 공정위가 최근 부쩍 힘이 빠졌다. 김동수 위원장 취임 이후 물가관리 역할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강조해오던 공정위가 올 하반기 들어 봇물처럼 이어지는 업체들의 가격 상승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태 이후 공정위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기업들이 가격 상승 요인이 있을 때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편법적인 가격 인상이나 동시다발적인 가격 상승은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가격 상승이 각 업계에서 만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행보가 조용하기만 하다.

대표적인 것이 항공사들의 도미노식 요금 인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과 8월 나란히 국내선 요금을 9.9%씩 올렸다. 대형 업체에 이어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잇따라 국내선 운임 인상에 나서고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항공업계의 담합으로까지 보일 수 있는 정황이지만 공정위는 별 다른 제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도 하반기 들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에 이어 후발 주자들이 가격을 따라 올리는 행태도 본격화되고 있다. 음료시장 1위 롯데칠성이 가격을 올린 데 이어 해태 음료도 가격 인상에 나섰고 즉석밥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이 지난달 햇반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오뚜기와 동원F&B도 각각 오뚜기밥과 센쿡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가공식품 가격의 편법 인상을 엄단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총대를 메야 할 공정위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CD 금리 담합 사태 이후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담합 조사가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며 공정위의 월권 문제로까지 번지자 공정위 내부적으로 기업 조사에 대한 내부 단속을 강화한 것 아니냐는 것.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이슈를 선점해오던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 최근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도 공정위의 힘을 빼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 정부 최대 사업인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공정위의 담합 조사는 검찰의 조사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검찰은 지난달 4대강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담합 행위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수준의 문제점을 조사하기 위해 공정위 카르텔국을 압수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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