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법인 차린다고 글로벌 기업이 되나요. 제품과 서비스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만한 수준이 돼야 파트너십이든 인수합병(M&A)이든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최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는 약 한 달 일정의 미국 출장을 앞두고 분주했다. 앞서 창업 2년차에 접어든 모바일 게임 분석·운영 플랫폼 개발사인 파이브락스는 글로벌 1위 모바일 광고 플랫폼 탭조이에 인수돼 벤처업계의 화제기업이 됐다.
올 들어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을만한 딜로 꼽혔던 M&A건의 주인공이지만 이 대표는 차분했다. 대주주인 노정석 최고전략담당자(CSO)와 스톤브릿지, 일본 글로벌브레인 등 주요 투자자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한 이번 딜의 규모는 양사 합의에 따라 비공개로 남겨졌지만 업계에서는 수백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모바일에 특화된 분석·운영 플랫폼은 최근 기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역이고 특히 모바일 콘텐츠의 80% 이상이 게임이다 보니 파이브락스에 강한 호감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꽤 있었다"며 "탭조이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수준 높은 모바일 광고 기술이 파이브락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러브콜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탭조이는 광고, 파이브락스는 광고 분야에서 사용자의 이용패턴을 분석해 그에 맞는 콘텐츠나 제품 등을 노출하는 기술에 특화돼 있는 만큼 양사는 두 가지 서비스를 연결해 모바일 기업에 최적화된 광고·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파이브락스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며 출발했지만 늘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는 일정 수준의 고객사를 확보해 첫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성급하게 해외 법인을 설립해서는 안 된다는 이 대표의 고집도 컸다. 그래서 이번 인수를 통해 해외 사업을 맡아줄 인력 문제와 법인 설립 비용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우리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언어능력, 현지 네트워크를 모두 갖춘 인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며 "최적의 인재를 배치할 수 있었던 일본과 달리 영어권과 중화권은 잠재 고객사가 넘쳐나는 데도 인력을 구할 수 없어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어려웠는데 탭조이 해외 법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스타트업들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의 생명은 가시성(visibility)인데 기껏 해외 전시회에 가서 한국관 부스를 차려놓고 우르르 몰려가는 마케팅 방식으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해외 시장에 각인될 수 없다"며 "주요 기업들이 모이는 글로벌 행사에는 반드시 참석했고 가기 전에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다양한 기업들과 일대일 미팅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매각으로 글로벌 기업과 벤처캐피탈 등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가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였다. 그는 "일본 대형 벤처캐피탈인 글로벌브레인은 처음으로 투자한 한국 기업이 파이브락스였는데 이후에는 VCNC, 레인보우닷 등 다양한 한국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번 딜을 계기로 실리콘밸리의 IT기업과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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