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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방지 협약」 후유증 ‘일파만파’
입력1997-04-24 00:00:00
수정
1997.04.24 00:00:00
김상석 기자
◎“은행에 일방유리” 2금융 강력반발/‘전액 신용’ 종금사 추가지원 거부/교환어음,부도결제사이 처리보류/파행적 금융거래… 일부 파기주장진로그룹을 살리기 위해 은행권이 급조한 「부도방지협약」이 엄청난 부작용과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협의회 설립의 취지나 목적에 대해서는 대다수 금융기관들이 공감을 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독자적으로 만든 협약의 내용에 대해서는 각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심각한 불협화음이 야기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할부금융 등 제2금융권이 이 협약에 따른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부실징후기업 리스트를 작성, 실제 채권회수에 나서 해당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의 묵인하에 외견상 은행권 주도로 급조된 부도방지협약에 대해 종금사들은 제2금융권의 영업기반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협약의 내용이 일방적으로 은행에만 유리하게 작성돼 있다는 것. 지난 18일 종금협회 이사 간담회에서 은행권에 요구한 가입대상기관의 확대와 종금사의 추가여신부담 면제사항에 대해 23일 5개 시중은행 전무회의에서 종금사의 추가여신부담 제외요구에 난색을 표명함에 따라 오는 28일로 예정된 진로그룹 부도방지협의회 제1차 대표자회의 개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진로그룹에 대한 여신이 가장 많은 종금사들이 협의회 가입을 거부할 경우에는 협의회를 구성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부도방지협의회 설립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슈들과 부도방지협약에 따른 부작용을 정리해 본다.
◇추가여신 및 금융권간 부담배분문제=종금사들은 진로그룹에 대한 여신의 성격이 은행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추가여신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은행들은 일반 고객들로부터 받은 수신으로 진로그룹에 대해 대출해주는 간접금융을 하고 있고 대부분 담보를 확보한 상태지만 종금사는 어음의 할인과 매출을 통해 차입자와 자금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그치며 종금사의 진로그룹에 대한 여신은 전액 담보없는 신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추가자금지원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보유담보를 처분해 추가지원자금을 우선변제하고 남는 금액으로 은행의 담보권을 변제하는 방식을 제기하고 있어 신용으로만 여신을 취급한 종금의 입장에서는 불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금사는 설사 추가여신이 이루어질 경우 담보처분액으로 추가지원자금을 우선변제하되 남는 금액은 진로그룹에 대한 채권규모에 따라 금융기관별로 안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법적으로 보장된 담보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주장처럼 법적 담보권을 인정하는 방식의 진로에 대한 추가여신지원은 담보를 확보하고 있는 은행측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종금사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어음교환소 규약 개정=부도방지협의회가 교환에 회부된 어음을 부도처리하되 당좌거래는 유지되도록 어음교환소 규약을 개정함에 따라 부도아닌 부도가 양산되고 있다. 이같은 어음교환소 규약개정은 기존의 금융거래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것으로 일부 은행들의 경우 교환에 회부된 어음을 부도처리도, 결제도 하지 않은채 며칠씩 보유하는 등 금융기관간에 파행적인 금융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거래가 전례로 남게 됨으로써 향후 진로그룹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여타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두고두고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부도기업 양산우려=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정상화 대상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회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정상화 대상기업으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오히려 멀쩡하던 기업도 금융권의 채권회수가 가속화되면서 부도로 내몰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부도방지를 위한 협약이 오히려 기업부도를 양산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금융권과 증시에서는 이미 「부도임박기업 리스트」가 나돌면서 가뜩이나 자금사정에 어려운 일부기업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급조된 협의회 설립이 금융권간 심각한 불협화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다 그 부작용 또한 일파만파로 전 금융계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협약 파기론」이 제기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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