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담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서면서 한국판 리보 조작 스캔들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CD금리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활용돼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권 전체에 대형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그간 CD금리 추이 등이 비정상적이었다는 데 주목, CD금리 담합 조사에 나섰다.
실제로 CD금리는 식물금리였다.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전날 CD금리는 3.54%. 4월9일 이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낮추자 곧바로 3.27%로 0.27%포인트 떨어졌고 13일에는 0.02%포인트 더 떨어진 3.25%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로는 다시 변화가 없다. 만기가 같은 통화안정증권은 같은 기간 3.38%에서 3.22%, 은행채는 3.42%에서 3.28%로 크게 내렸는데도 CD금리만 유독 시장금리의 움직임과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CD금리 조작설 얘기도 흘러나왔다. 영국의 리보 조작 사태가 불거진 터라 "우리나라 CD금리 역시 담합 혹은 조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체된 금리ㆍ발행잔액 급감'…조작 가능성 제기되는 CD금리=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CD금리 등은 최근 조작 사태로 파문을 일으킨 영국의 리보(LIBOR)와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행협회가 은행들의 '호가'를 평균 내 리보를 발표하는데 CD금리 책정구조도 같다는 얘기다.
실제 CD금리는 시중 7개 은행의 CD 발행 금리를 10개 증권사가 평가하고 이를 평균 내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다. 거래가격이기는 하지만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이 7개에 불과하다. 몇몇 은행의 움직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유통량이 거의 없는 탓에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해 '식물금리'라는 평가도 받는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유통 가능한 CD 발행 잔액은 1조6,0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CD발행 잔액도 2009년 103조원에서 지난달 말에는 27조원까지 줄었다. 국민ㆍ신한은행 등 4대 대형은행은 몇 년째 CD 실적이 거의 없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CD금리는 발행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CD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은행이 작정하고 CD를 특정금리에 대규모로 발행하면 CD금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CD금리를 조작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CD금리를 왜곡시켜 득을 볼 유인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CD금리 조작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CD금리 담합구조 못 돼"…펄쩍 뛰는 증권사=증권사들은 공정위의 조사에 CD금리는 조작해도 증권사에 소득이 없기 때문에 담합할 이유가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D는 기본적으로 은행에서 발행하고 증권사는 호가를 취합,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며 "증권사를 조사하는 것은 순서가 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의 반응도 마찬가지. 담합이 가능하려면 은행ㆍ증권사 간 모종의 협약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항변했다. 또 CD금리 고착화는 거래량ㆍ발행량 감소 탓에 발생한 현상이지 인위적인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2009년 CD금리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다 감독 당국의 철퇴를 맞은 바 있다"며 "감독 당국의 주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고시할 간 큰 증권사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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