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시대가 열리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가 한미 FTA 반대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어 미국은 물론 국내 비준 작업도 녹록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재협상을 둘러싼 설익은 논쟁으로 경제위기에 국론분열을 키우기보다는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미국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는 지난 14일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협상했던 한미 FTA를 반대했고 지금도 계속 반대 입장” 이라며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공정한 무역조건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 쇠고기 수출에서도 우려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의 입장으로만 보면 한미 FTA를 놓고 정부가 미 새 행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고 반복적으로 공언해왔다. 특히 한미 FTA는 국내에서 정치적 충돌을 부를 위험성이 높다. 여야는 6일 한미 FTA 비준을 오바마 취임 이후 조속한 시일 내 ‘협의 처리한다’고 합의했는데 한나라당은 가능한 빨리 비준안을 처리하자는 반면 민주당은 미국 상황을 보면서 하반기쯤 논의하자는 쪽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측의 정치적 사정으로 볼 때 조기 비준은 어려운 만큼 국내 비준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를 막거나 무산시키는 전략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불황에 미 자동차 빅3가 파산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미 FTA를 미국 측이 조기 비준할 가능성은 없다”며 “다만 미국 측도 국제사회의 관례를 무시하고 우방의 신뢰를 깨면서 공식적인 재협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보호주의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경기침체기에 미국 신행정부가 전처럼 자유무역에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렵지만 크게 후퇴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재협상 없이 한미 FTA 비준이 미국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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