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금융사들은 '탐욕'의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여론의 화살이 빗발치자 금융당국은 규제의 칼날을 들고 금융사들을 압박했다. 탐욕의 멍에를 쓰게 된 금융사들은 온갖 규제를 감내해야만 했다. 때로는 자발적으로, 때로는 강압에 밀려 금융소비자 보호에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기도 했다.
결국 활동영역은 크게 축소됐고 그만큼 이익도 쪼그라들었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가 만연해지면서 '금리'를 활용해 수익을 거두는 금융사들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사들은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금융소비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가뭄에도 콩 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한 금융상품들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들 상품의 특징은 역발상이나 발상의 전환에서 탄생했거나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제대로 간파했다는 점이다. 최신 트렌드를 활용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나 차별화된 서비스도 상품의 성패를 갈라놓았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연말을 앞두고 불황 속에 꽃 피운 금융상품을 선정해 성공 노하우를 알아봤다.
금융권의 '맏형' 격인 은행은 다양한 툴(Tool)을 활용해 히트상품을 내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의 히트상품을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폰을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국민은행이 출시한 'KB Smart★폰 적금ㆍ예금'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와 연계해 추천우대이율을 적용한 상품이다. 고객은 상품 가입시 생성되는 추천번호를 타인이 입력하면 추천인과 피추천인 모두 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상품은 대면채널에 수반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그 만큼을 소비자에게 금리혜택으로 돌려줄 수 있다"며 "SNS를 활용한 신상품은 앞으로도 금융상품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기법을 통해 조금이나마 높은 금리를 제공한 상품들도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샀다. 어쩌면 고금리는 금융상품의 존재이유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그 동안 소매금융에 큰 관심이 없던 국책은행들이 본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섰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업금융의 강자인 산업은행이 내놓은 '다이렉트뱅킹'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예금수요를 강하게 빨아들였다. 산업은행이 소매금융 강화의 기치를 내걸고 야심 차게 준비한 이 상품은 점포개설ㆍ운영비용 등을 절감해 연 3.8%의 고금리를 보장했다.
기업은행이 출시한 '신(新)서민섬김통장'은 소액예금에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역발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상품은 500만원까지는 우대금리를 포함 최고 7.65%의 금리를 준다. 11월16일 현재 88만좌에서 6조1,143억원이 팔렸다.
보험사는 인구노령화를 겨냥한 특화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출산율은 줄어들고 인구의 노령화는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실버세대 특화상품은 보험업계의 키워드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LIG손해보험이 출시한 '무배당LIG100세LTC간병보험'이 대표적인데 이 상품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장기요양등급에 따라 최대 100세까지 간병비와 간병연금을 보장한다. 한화생명의 '사랑&한화유니버셜CI통합보험'은 사망보장은 종신까지, CI(중대질병)보장은 100세까지 보험료 변동 없이 보장해 쾌적한 노후를 표방했다.
삼성생명의 히트작인 'Top클래스변액유니버셜CI종신보험' 역시 중대질환을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으로 특히 추가로 발생하는 중대질환으로 인해 고객이 고통 받지 않도록 'CI두번보장특약'을 포함시켰다.
카드사들은 포인트적립이라는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즉각적인 할인혜택을 추가하는 신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출시 5개월 만에 65만명이 가입한 하나SK카드의 '클럽SK카드'는 통신ㆍ주유ㆍ마트ㆍ학원ㆍ외식ㆍ커피ㆍ교통 등 생활밀착업종에서의 할인혜택을 담았다. 이 카드는 통신비만 해도 월 최대 1만5,000원 할인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의 '노리체크카드'는 1827세대의 이용빈도가 높은 놀이공원ㆍ영화ㆍ외식ㆍ커피 등 여가활동 관련 가맹점에서 다양한 할인혜택을 담았다.
카드 신상품의 패턴이 '단순화'를 추구한 점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밍(Naming)'이다. 현대카드의 '제로카드'는 할인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것을 없앴을 정도로 단순화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현대카드에 이어 숫자시리즈 카드를 내놓은 삼성카드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카드는 11월 중순 마지막 남은 '6카드'를 출시하며 숫자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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