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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체 의식을 바꾸자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대내외 악재들이 수그러 들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종식되고,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홉기증후군)로 인한 불확실성도 완전히 제거됐다. 특히 우리 경제의 최대 암초인 북한 핵 문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모습은 여전히 불안하다. 올해 성장 전망은 연초 5%대에서 3%대의 달성 가능성을 논하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릴 정도로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대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자 ▲노사문제 ▲기업의 투자 부진 ▲금융시장 경색 등 대내적 문제점이 경제 활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6%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달러를 넘어 세계은행 기준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외견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의 이면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안고 있는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지난 해 거둔 경제성장은 지난 2001년의 경기침체에 대응한 내수진작 위주의 경기부양정책에 따른 것이다. 저금리 상황에서의 가계신용규모 확대, 특소세의 일시적 인하 등에 의한 민간소비의 급증과 주택부문의 투기과열에서 비롯된 건설경기의 팽창이 주된 성장 동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계버블이 형성됐고, 가계부실화 위험이 높아졌다. 그 결과로 가계신용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소비자금융시장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해의 성장 동인이 올해 경제운용의 위험요소로 바뀐 것이다. 기업부문도 전체적으로 성과가 크게 개선됐지만, 이는 일부 우량기업의 실적에 의한 통계적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량 대기업과 여타 기업간의 실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실적 개선의 주 요인도 원가경쟁력 향상과 같은 내적 경쟁력 제고 보다는 저금리와 환율에 의한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것에 그 의미가 반감된다.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은 기업의 투자활동에 달려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산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아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IT산업이 급성장했지만, 세계 경기변동에 민감한 단점을 안고 있으며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는 부진하다. 지난 3월 회계분식 사건과 머니마켓펀드(MMF)의 대량환매로 초래된 채권시장의 경색은 국내 자본시장이 지닌 구조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반면 투자성향은 극히 단기적이고, 아직 기업 부문의 장기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와 여신전문업체의 자구노력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특히 분식회계 사태는 그 동안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반 정책의 실효성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다. 금융시장이 고도화 되면서 자금의 흐름보다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정보의 흐름이다. 정보의 질이 의심 받게 되면 경제 주체들은 활동 근거를 상실하게 되고, 시장이 혼란상을 보이기 마련이다. 미국 시장이 엔론 사태로 얻은 교훈을 우리가 현실에 적용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세대간 의식 차이와 갈등, 개혁 시스템 도입과 관행의 괴리, 집단적 욕구 분출로 인한 사회적 갈등 고조 등 대내적으로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시기에 기업이 유동성 확보에만 매달리고 가계가 불안한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인 대응책에만 집중된다면, 우리 경제는 펀더멘털 약화로 대외 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돌발적인 환경악화는 경제불안을 넘어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제 정부는 장기적이고 일관되게 기업의 경제의지를 북돋아 주기 위해 제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노력을 경주해 정책의 신뢰성을 높여 나가야 할 때이다. 기업은 위험회피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위험을 관리하면서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며, 가계는 합리적인 소비와 자산투자로 부실화를 예방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각 경제주체의 반성과 경제의식의 전환, 그리고 외환위기를 극복할 때와 같은 사회적 합의 도출이 긴요한 시점이다. <강석인(한국신용정보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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