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돌발변수들이 등장하면서 삼성그룹주가 요동치고 있다.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은 외국인 주요주주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고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였던 삼성전자(005930)와 삼성SDS의 합병설이 공식 부인되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5.03%(6만4,000원) 오른 133만7,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만에 130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주가상승은 외국인 매수세가 견인했다. 전날 134억원어치를 내던졌던 외국인은 이날 1,57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상승폭도 지난해 11월27일(5.25%)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삼성전자와의 합병 기대감에 지난달 26일 이후 전날까지 15% 급등했던 삼성SDS는 전날보다 7.34%(2만2,500원) 내린 2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합병설이 공식 부인되면서 지배구조 이슈로 올랐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합병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사라지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S와 합병할 경우 주당배당금과 주당순이익 각각 10% 이상 줄어들 수 있어 전자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이슈였다"며 "합병에 대한 우려가 걷히면서 그동안 조정 받았던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배구조 이슈로 급등했던 삼성SDS의 경우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가능성이 무산됨에 따라 상속세 마련을 위한 대주주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여러 노이즈에 둘러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어떤 시나리오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SDS의 주식가치가 높아야 유리하기 때문에 지분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합병을 위해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거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삼성SDS의 주식가치가 높아야 한다"며 "당분간 주가가 부정적일 수 있지만 펀더멘털 수준으로 회복한 뒤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합병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 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도 이날 외국인 주주의 반발이라는 돌발변수를 맞아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제일모직은 전날 대비 4.95% 오른 19만1,000원에, 삼성물산은 10.32% 상승한 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의 급등은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합병비율 산정에 문제가 있다"며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매입한 데 영향을 받았다. 삼성물산이 강세를 보이자 합병이 예정된 제일모직까지 매수자급이 유입되며 동반 강세가 나타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주가는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계 주주들의 움직임과 국민연금의 판단, 삼성그룹의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느 수준까지 움직일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엘리엇의 경여참여 선언 의도에 대해서도 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한 합병무산과 시세차익 실현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을 고려했을 때 엘리엇과 같은 외국인투자가의 추가 등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반대매수청구권 결과가 나오는 7월 중순까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다만 어느 쪽이든 매수세가 커지는 쪽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여 주가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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