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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퇴색·돈선거 줄었다
입력2002-12-19 00:00:00
수정
2002.12.19 00:00:00
■ 선거문화 획기적 변화세대간 대결 뚜렷·미디어 선거전 자리잡아
'뉴 밀레니엄' 첫 대통령을 선출한 12.19 대통령 선거전은 우리나라 선거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돈 선거가 줄어들고 인터넷ㆍ미디어선거가 자리를 잡았다. 지역주의가 퇴색하고 세대간 대결 양상도 뚜렷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양강구도로 진행된 이번 대선은 이 후보의 '부패정권 심판론'과 노 후보의 '낡은 정치 청산론'이 정면 충돌한 가운데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진보정당의 입지 확장에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소속 장세동 후보가 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후보를 사퇴하긴 했지만 이, 노 후보를 비롯한 7명의 후보들은 후보등록 첫날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1월 27일 이후 22일간 '대선고지'를 향한 레이스를 벌여왔다.
이번 선거전의 가장 큰 특징은 미디어 선거, 사이버 선거의 활성화. 대규모 군중집회가 사라진 빈자리를 TV 합동토론 등 '미디어 선거'가 메웠고 사이버 시대에 맞춰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선거운동도 두드러졌다.
이같은 새로운 선거운동 양태의 영향은 곳곳에 파급됐다. 우선 무차별 금품살포와 국가기관의 노골적인 선거개입 등이 거의 사라지는 부수 효과가 뒤따랐다.
또 네거티브 선거전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각 당이 선거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등 선거전이 한결 정화된 것도 '소득'으로 꼽힌다. 일부 정당 관계자들이 "비축해둔 카드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고질적인 선거 병폐가 한결 완화된 것 역시 과거 대선과는 달라진 긍정적 현상의 하나로 꼽힌다.
정치권 일각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고질적인 '망국병'을 이번 만큼은 추방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대선전에서도 과열혼탁 양상이 심화되면서 부정적인 모습이 적지 않았다.
후보간 대결이 첨예화되면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폭로전이 이어졌고 '승리 지상주의'에 따른 이전투구식 대결양상도 표출돼 '정치권이 민심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혹평을 낳기도 했다.
성향과 이념이 판이한 이, 노 후보간 양강구도와 맞물려 사회적 분화현상이 가속화된 것도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선거전 과정에서 보수ㆍ혁신 대결은 물론 '세대간 대결'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사회구성체간 불신과 갈등,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이러한 사회 모순의 극복을 위해 새 정부의 국민통합 능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금품살포 등 당 차원의 조직적인 '표 매수'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불법 시설물설치와 불법 유인물 배포,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이 대폭 증가하는 등 선거법 위반시비도 끊이질 않았던게 사실이다.
15일 현재 선관위에 적발된 불ㆍ탈법 건수는 총 856건으로, 지난 15대 대선전의 전체 위반건수 209건에 비해 4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이버 위법행위가 53건이나 돼 새로운 불법유형인 사이버 범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전은 이, 노 후보를 중심으로 한 후보간 이념대결이 첨예화한 것도 특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 반미주의가 확산된 데다 북한의 제네바 협약 파기로 '핵풍'(核風)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기도 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헌정사상 처음 보수ㆍ혁신 대결양상이 전면에 드러난 선거"라면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보수ㆍ혁신 진영간 합리적인 공존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념 분화의 흐름을 타고 젊은층은 진보세력에, 장년층은 보수세력에 편입돼 세대간 확연한 '표가름'이 빚어진 것이 과거 선거와 달라진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장ㆍ노년층, 노 후보=젊은층'이라는 2분법적 구도가 형성되면서 신ㆍ구세대간 인식 간극이 극명히 표출됐다는 것.
이와 함께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선거 종반 이슈로 급부상했으나 정책검증 차원보다는 서울ㆍ수도권과 충청권의 표심을 겨냥한 공방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각 당은 대선을 앞두고 도처에서 화력을 내뿜었으나 '진솔한 정책 공방'은 전무했다는 게 선거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국정원 도청 논란과 특정 후보측의 금품수수설 및 재산 은닉의혹 폭로 등 네거티브 선거전이 유권자들의 반발로 '중도하차'한 것은 향후 선거전의 풍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구동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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