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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전공바꿨는데…대박 터졌네
입력2003-07-01 00:00:00
수정
2003.07.01 00:00:00
인생도 스포츠도 드라마다. 반전과 역전의 묘미와 감동이 있다. 그래서 꼼짝 할 수 없는 절망에도 주저앉지 않는다. 내일에 희망을 건다.
한 라운드 최소타(11언더파)의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지난달 27일 끝난 국내여자프로골프 파라다이스여자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미정(21ㆍ테일러메이드). 그는 7년 전만 해도 필드가 아닌 `링크`의 1인자였다.
1996년 초등학교 4년 때부터 롤러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이후 전국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할 만큼 잘 나가는 유망주였지만 중2때 허리에 통증이 찾아오면서 화창하던 앞날에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병원 치료에도 사라지지 않는 고통에 전미정은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어린 꿈을 접어야 했다.
전미정이 골프채를 잡은 것은 이듬해. 실의에 빠져있는 딸의 모습을 보다 못한 아버지 전용선씨(47)의 권유로 그는 중3때부터 골프에 입문했다.
전미정/ 롤러스케이트 유망주…골프채 잡고 최소타 기록
권준헌/ 내야수로 입단…서른에 투수 변신 성공
이승엽/ 팔꿈치 부상 타자 전환…최고 홈런 공장장 우뚝
최경주/ 아르바이트 하다 첫 스윙…역기놓고 그린 정복
박세리는 투포환 선수…백인천은 빙상선수 활약
“재미도 없고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놓는 전미정은 그러나 큰 키(175㎝)와 링크에서 단련된 하체를 발판으로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성장, 결국 지난해 투어 입문 첫해에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롤러스케이트를 벗어던지며 흘렸던 눈물이 전미정에게는 새로운 골프인생을 열어준 묘약이었던 셈이다.
인생역전의 스토리. 뒤바뀐 운명에 울고 웃는 스포츠스타는 전미정만이 아니다.
올 시즌 6승5세1패, 방어율 2.66의 정상급 투수 권준헌(32ㆍ현대). 2년 전 `서른 즈음에` 접어들던 그는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 상황`이었다. 90년 태평양(현대 전신)에 내야수로 입단한 이후 10년간 통산 타율은 2할5푼대.
96년부터 손가락 부상에 시달린 데다 그나마 98년부터는 용병에 밀려 벤치를 지킬 때가 더 많아지면서 그는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더 물러설 곳이 없었던 권준헌에게 2000년 투수로의 변신은 마지막 승부수였다. 3루 핫코너를 맡으면서 투수보다 더 빠른 공으로 1루로 공을 뿌리던 자신의 강한 어깨를 믿었다.
그 해 고작 3경기에 등판, 방어율 10.13으로 난타당하던 권준헌은 그러나 지난해 39경기에 출장, 5승1세이브2패 방어율 3.05의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리는 등 투수로서 화려한 변신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프로 15년차의 백전노장 김응국(37ㆍ롯데)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 1988년 롯데에 투수로 입단한 김응국은 이후 1년6개월동안 14경기에 등판, 승패없이 방어율 5.04를 기록한 패전처리용 투수였다.
그러나 89년 7월 당시 OB와의 2군경기에서 얼떨결에 외야수로 출장했고 안타를 쳐낸 것이 인연이 돼 타자로 변신했다. 김응국은 이후 90년~96년까지 7년 연속 100안타를 터뜨렸고 특히 94년엔 3할2푼3리로 타격2위에 오른 데 이어 올스타전 MVP를 차지하는 영화도 누렸다.
1995년 삼성에 투수로 입단했던 국민타자 이승엽(27ㆍ삼성)이 계속 마운드에 서 있었다면 어떤 기록을 세웠을까.
1993년 경북고 2학년 때 청룡기 야구대회에 출전, 혼자서 3승을 따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승엽은 고질적인 왼손팔꿈치 부상에 발목이 걸려 단 한번도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그 해 타자로 전환한 케이스.
당시 타자 전향을 권유했던 삼성 박흥식 코치는 “타자 변신을 꺼려했던 이승엽이 딱 1년만 타자를 해보고 다시 투수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고 전했다. 그 1년의 유혹이 세계 최연소 300홈런 대기록의 시작이었다.
이승엽처럼 29일 끝난 SK텔레콤오픈대회에서 3년만에 국내 정상을 차지한 최경주(33ㆍ테일러메이드)도 하마터면 엄청난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운명을 그냥 스쳐 지나갈 뻔 했다.
늘 배가 고팠던 중학시절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빵 1개를 타먹는 재미로 역도부에 가입했던 최경주의 운명은 고향 완도에 8타석짜리 연습장이 들어서면서 뒤바뀌기 시작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골프채를 잡았던 최경주의 탱크샷은 우연히 이 곳에 들렀던 서울 한서고등학교 최재천 재단이사장의 눈에 띄면서 세상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 이사장의 스카우트 제의로 고2때 한서고 골프부에 들어가면서 길고 험한 골프 인생에 힘찬 티샷을 날린 최경주는 이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 여자프로골프(LPGA)의 `넘버2`인 박세리(26ㆍCJ)도 충남도민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낼 만큼 유망한 포환던지기선수에서 골프로 운명을 바꾼 경우.
이와 함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도 마라톤 입문전에는 사이클 선수를 지냈으며 백인천 롯데 감독은 고교시절 빙상선수로도 맹활약, 국가대표급 기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육상 `한국기록 제조기` 김미정(울산광역시청)은 96년 제25회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 5,000㎙에서 17분09초79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낼 정도로 중장거리 기대주 였으나 98년 울산시청 입단 후 경보로 전환, 이 부문에서만 벌써 15번째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는 쉼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최형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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