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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보선은 보선일 뿐이다
입력1999-02-10 00:00:00
수정
1999.02.10 00:00:00
【황인선 정경부차장】서울 구로을 재선거가 3월 하순께 치러질 예정이다.
모든 선거는 이기는데 목적이 있다. 대선과 총선의 승패는 소속정당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여야 정치권은 올해 첫 대결인 구로 재선거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다각도로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여권은 당초 청와대 박지원 공보수석을 적극 검토했으나 朴수석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로운 후보군이 떠오르고 있다. 우선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강래 씨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구로지역 전의원 김병오 씨와 동교동계 맞형 국민회의 권노갑 전부총재,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이름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DJP정권의 국정운영 책임을 물으면서 야당 결속을 다지기 위해 이철 전의원 등 저명인사 공천 또는 이신행 전의원의 부인 조은희 씨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선거에서 구로지역 연고가 없는 DJ측근 후보가 나올 경우 국회의원 한 명을 뽑는 지역선거가 아니라 집권당의 국정 능력을 중간평가하는 큰 정치게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돈 잔치」를 벌였다는 광명을 보궐선거 때처럼 여야 지도부가 총동원되고 거액의 불법선거 자금이 뿌려지는 과열혼탁 선거전이 벌써부터 우려된다. 여야 지도부는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할 때 선거 승리에만 집착, 겨우 되살아 나고있는 경제주체들의 경제살리기 의욕을 꺾거나 국론분열을 자극해서는 안된다. 물론 어느 정당이나 자기 당 소속 국회의원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려는 노력은 정당하다.
그러나 정치게임은 때와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권의 이익에 앞서 「IMF 조기 졸업」이라는 국민적 목표가 눈앞에 있다. DJT를 비롯한 집권당 지도부와 이회창 총재 등 야당 수뇌부는 IMF고통에 시달리면서 IMF 극복에 앞장서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이 어떤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구로 재선거는 기아그룹 자회사인 기산 사장을 지낸 李전의원이 엄청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치르는 선거다. IMF 환란조사 특위위원들은 『기아사태가 경제난국을 초래한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구로 재선거 결과를 여야 정치권에 대한 평가의 축소판으로 볼 수 없다. 3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중 한 명을 뽑는 동네 선거일 뿐이다. 집권당은 작은 선거를 큰 싸움으로 키워, 승패에 관계없이 커다란 타격을 입을 필요가 없다.
집권당은 이번 재선거 후보의 경우 새정부들어 청와대에서 일한 DJ 측근인사보다는 지역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조용한 선거속에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 야당도 이곳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당당하게 싸우길 기대해 본다. 누구나 선거에서 이기면 즐겁다. 하지만 국정최고책임자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전국민의 민심을 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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