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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경기도 꽁꽁 얼었다
입력2001-01-16 00:00:00
수정
2001.01.16 00:00:00
설 경기도 꽁꽁 얼었다
체불임금 눈덩이·한파겹쳐 대목실종
민족최대의 명절인 '설'이 실종됐다.
설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지난해보다 얇아진 상여금 봉투에다 언제 받을 지 기약조차 없는 체불임금이 근로자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또 사람들로 북적대야 할 재래시장은 '대목경기'는커녕 평상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극심한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형편이다.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설이 다가올수록 성수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다 최근 폭설과 혹한으로 시설채소 재배농가가 큰 타격을 입어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체임 크게 늘어=노동부가 설 연휴(23~25일)를 앞두고 체불임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지급되지 않은 임금은 총 2,372억원(4만8,000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크게 늘었는데 대우자동차 부도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ㆍ인천지방과 경남, 삼성상용차가 퇴출된 대구ㆍ경북지역의 사정이 가장 심각하다.
수도권은 대우차를 제외하고도 경기ㆍ인천지역 77개 업체의 2,285명의 근로자가 186억7,0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체임 청산율은 지난해 80%선에서 올해는 5%에도 못 미치는 등 갈수록 악성화돼 설을 앞둔 근로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보너스의 경우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별도의 지급계획이 없다. 그나마 지급계획이 있는 곳도 50~100%가 최대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귀향비로 20만~30만원씩 쥐어주는 곳은 더러 있다.
◇재래시장 대목실종 울상=16일 동대문ㆍ남대문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설이 유난히 빠른데다 극심한 추위까지 겹쳐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년의 경우 설이 가까워올 무렵이면 봄 신상품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했으나 올해는 기껏해야 니트나 오리털 점퍼 등을 팔아 장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동대문 밀리오레의 한 상인은 "몇 년 전만해도 설 대목에는 평소보다 2배에서 최고 7배까지도 매출이 늘었다"며 "올해의 경우 평상시 매출도 올리지 못해 대목 기분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쇼핑몰뿐 아니라 식료품 등을 주로 판매하는 재래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광장시장의 한 상인은 요즘 시장 분위기에 대해 "한마디로 꽁꽁 얼어붙었다"며 "예년 같으면 설 성수용품과 김ㆍ인삼ㆍ조기류 등 선물용품의 주문이 쇄도했으나 올해는 주문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세일에 들어간 백화점업계는 대부분 지난해보다 매출목표액을 늘려 잡고 있으나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며 일반고객보다 기업체 단체선물 위주로 판촉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과 일반 시민들을 위해 기업체 단체선물세트는 지난해 15만∼20만원대에서 올해 10만원대로, 일반 고객을 위한 선물세트는 지난해 5만∼10만원대에서 올해 3만∼7만원대로 낮추고 손님 유치에 나섰다.
◇물가는 다소 안정=올 설 밑 물가가 전년도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설 대목을 일주일여 앞둔 요즘 지역과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곡물류와 사과, 배 등 과일류ㆍ채소류 등 대부분의 제수용품 값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떨어지거나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이 임박할수록 이들 품목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폭설과 혹한으로 시설 채소 재배농가가 큰 타격을 입어 이 같은 하향 안정추세도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영일기자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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