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쓴다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지식을 취합한 다음 이를 글로 살려내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쇄기술도 발달하지 않았던 200여년 전, 무려 500권의 저서를 집필한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흔히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로, 또 정조의 이상사회 실현을 뒷받침한 개혁사상가로 친숙한 다산 정약용이 그다. 정조가 의문의 죽음을 한 1800년. 39세인 그는 정적들의 모함을 받고 전남 강진으로 18년 동안의 유배생활에 오른다. 그 18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다산은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문집 260여권과 '논어고금주', '주역심전' '중용강의' 등 경전해설서 232권을 지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그 동안 개혁사상가, 학자로 알려졌던 정약용 대신 저술가 정약용에 주목해 그가 이렇게 수많은 지식을 양산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본다. 저자에 의하면 정약용 지식경영의 핵심비법은 '분류'와 '정리'다. 18세기는 조선사회가 최초로 경험한 정보화사회였다. 중국 청나라를 통해 온갖 신문물과 백과사전식 지식이 전방위로 쏟아져 들어온 시기였던 것이다. 이렇게 역사상 처음으로 정보가 범람하던 시기에 정약용은 이런 정보를 취합해 분류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 많은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역대 역사기록 속에서 추려낸 수많은 목민관들의 선행을 모아 '목민심서'를 지었고, 형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을 모아 '흠흠신서'를 엮었으며, 국가경영에 대한 부분만을 모아 '경세유표'를 지었다. 또 중국의 여러 책을 모아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해 수원화성을 설계하기도 했다. 책은 이런 다산의 비법을 '단계별로 학습하라', '정보를 조직하라', '메모하고 따져보라', '토론하고 논쟁하라' 등 네 개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제시한다. 18세기 지식사회에 살았던 그의 지식경영법은 21세기 정보화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책을 통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책의 저자인 정민 한양대 교수는 '미쳐야 미친다' '한시이야기'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베스트셀러 저술가. 다산은 10여년간 연암 박지원만을 연구했던 그가 새롭게 찾아낸 인물이다. 전통인물을 연구해 쉬운 이야기로 들려주는 방식에 익숙한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다산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친근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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