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외국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외국투자가들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주식ㆍ채권을 판 돈을 달러로 환전, 자본을 빼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외국자본들은 북한 핵실험 강행에 훨씬 앞서 올해 초부터 차익실현과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행동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당국의 내부 자료인 증권투자전용계정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들어 2월부터 9월까지 순유출 행진이 지속되면서 순유출 규모가 125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24억3,000만달러 순유출)보다 420% 증가한 규모이며 92년 주식시장 개방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증권투자전용계정을 통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고 원화를 달러로 바꾸기 때문에 외국자본의 유출입 동향을 가장 정확히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증권투자전용계정의 유출입 현황을 보면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2005년부터 한국시장 이탈이 감지되고 있다. 2005년에는 증권투자전용계정의 외국인 투자자금 수지가 24억3,000만달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올들어 1월에는 증권투자계정이 소폭 달러 순유입을 보였으나 2월부터는 달러 순유출로 바뀌면서 9월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 외국자본들은 5월(북한 미사일 발사 선언) 이전부터 한국시장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외국자본의 한국시장 이탈은 자본수지의 외국인 투자수지(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에도 드러난다. 지난해 1~8월에는 총 투자수지가 47억7,000만달러(순유입)를 기록했지만 올 1~8월에는 35억6,000만달러 순유출로 반전됐다. 이달 들어서는 9일까지 증권투자전용계정은 4억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언뜻 보면 북한 핵실험에 따른 여파가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을 보면 그렇지 않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내투자 외국자본의 핵심은 바로 미국 자본”이라며 “그런데 미국이 연휴(9일) 등으로 인해 송금을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외국자본 유출은 금리인상 압박 요인,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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