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경의 변화로 창구 중심의 영업에 한계를 맞은 은행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창구를 직접 찾는 고객 수가 줄면서 업무조정 등을 통한 인력 재배치 및 지점 축소가 진행되고 있고 비용절감을 위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감축도 두드러진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5월 중순부터 3개월간 지점마다 개인과 기업 창구로 나눠진 상담창구를 일원화해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대상 지점은 서울 테크노마트점·압구정로데오지점 등 10개 지점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일단 10개 지점에 종합 상담창구를 꾸려본 뒤 효과를 검증해 하반기부터 전체 980여개 전 지점에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이 상담창구를 일원화하려는 것은 영업점 방문 고객 수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업무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은행 업무의 90% 남짓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개인과 기업으로 나눠졌던 상담창구를 합쳐도 업무량에 별 무리가 없고 업무를 두루 경험할 수 있어 직원 역량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업무 통합으로 인한 유휴인력은 마케팅 쪽으로 돌린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금융계는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의 경우 타 은행과 달리 지난해 이후 지점이 하나도 줄지 않았기 때문에 고비용 구조에 메스를 대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지점당 근무인원 수가 7명선으로 타 은행 대비 빡빡하게 인력을 운용해온 하나은행도 영업채널 등 인프라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 4월21일자 10면 참조
이미 지난해 22개 지점을, 올해는 2개 지점을 줄였다. 특히 지난해 ATM은 4,338개에서 4,098개로 240개나 없앴다. 같은 금융그룹 소속인 외환은행도 ATM195개를 줄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 이용률이 낮은 ATM 비중을 축소하고 올해 말까지 편의점 등에 ATM과 비슷한 '신형 매직뱅크'를 230여대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형 매직뱅크의 경우 ATM 사용률이 떨어지는 지역에 설치하고 운영과 유지보수를 제휴업체에 맡기게 된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하나은행은 특히 자금지급 혹은 조회 등의 업무에 국한돼 있던 온라인 채널을 상품판매 채널로 활성화해 주목된다. 올 2월 중순 설립된 하나건강금융플라자의 경우 콜센터와 인터넷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두 달 새 1,4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유치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올해 각각 49개와 55개 지점을 통폐합시켰다. 같은 지역이라면 임대비 등이 싼 곳으로 지점을 옮기고 비슷한 지역에 있는 점포는 하나로 묶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특히 국민은행은 공단 지역 등에 회의실 등을 갖춘 기업 밀착형 점포를 14개 만들었고 늦은 저녁이나 밤까지 영업을 하는 점포도 점점 늘리고 있다. 몸집 줄이기를 통해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면서도 고객 편의를 높여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 ATM도 각각 158개, 25개를 줄였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개선이 힘든 상황에서 금융의 무게중심이 창구에서 인터넷·모바일 등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어 영업 채널 및 상품전략·인력운용 등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조와의 갈등을 극복하고 고비용 구조를 깰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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