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카드업에 진출했다. 현대카드 출범 초기 삼성카드는 현대카드를 라이벌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이 1.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사정은 달라졌다. 삼성카드가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정체기를 맞는 사이 현대카드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9년이 지난 지금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6%로 삼성과 카드업계 2위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부 실적에서는 삼성카드를 앞질렀다. 금융산업에서 두 재벌그룹 간의 경쟁은 카드뿐이 아니다. 현대차가 HMC증권으로 이름을 바꿔 달면서 증권업 확장에 나선 데 이어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면서 내년부터는 생명보험시장에서도 진검승부를 벌인다. 금융시장에서는 "증권과 보험에서도 '제2의 현대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영토를 향한 삼성과 현대차의 승부가 본격화하고 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생명과 카드를 중심으로 금융산업에 제조업 경영방식을 도입하면서 공세적 성장전략으로 방향을 바꿨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삼성생명 사장에 박근희 전 중국본사 사장을 내정하면서 올해 공격경영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녹십자생명 인수계획을 밝히면서 은행을 제외하고 업권별로 금융사를 하나씩 갖게 됐으며 여타 금융업종 진출 계획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아직까지는 두 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카드가 단기간에 압축 성장한 사례에서 보듯이 현대차그룹이라는 모기업을 등에 업은 HMC투자증권ㆍ녹십자생명이 '제2의 현대카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지금은 2금융권에 머물러 있지만 장차 은행산업에 산업자본의 진출이 가능해지고 두 그룹에서 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할 경우 금융산업 전체에 상당한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 있다"며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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