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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북한 이중성의 교훈

지난 94년 북한은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추출하기 시작했다고 기세등등하게 공표했다. 이는 북한이 6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위협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으름장과 함께 빌 클린턴 당시 행정부에 깊은 근심을 드리웠다.이 같은 김일성 주석의 계획을 가로막기 위한 협상가로서 무기 통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샘 넌 의원 등 두 명의 상원의원의 평양행(行)이 결정됐다. 하지만 이들이 군용 항공기에 몸을 실으려는 준비를 하는 사이, 김 주석은 이들의 북한 입국을 거부하고 나섰다. 김 주석은 이미 다른 중재인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인물이 지미 카터이다. 양 의원의 입국이 거부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카터 전 미 대통령은 김 주석의 집무실에 설치된 CNN 방송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비공식 특사 자격으로 위기 해소를 위한 협정을 이끌어냈음을 발표하게 된다. 북한이 플로토늄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한반도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수로와 석유를 무상공급하고 정상급 외교협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생중계 TV 방송을 통해 북한의 지도자를 졸지에 사자에서 양으로 변모시킨데 대해 카터는 "마치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며 숨을 내몰았다. 클린턴 행정부도 증거 부족과 지나친 유화책을 비난하는 현실주의자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카터 전 대통령의 '기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가 보상을 챙기는 한편으로 비밀리에 핵 개발을 지속함으로써 카터-클린턴 진영의 정치적 명예를 실추시켰음이 이제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 수 년 동안 미국과 전세계를 기만해 왔다는 명백한 증거 앞에, 김 주석의 아들이 이끄는 북한은 사실을 시인하고 "당신들이 간섭하는 바람에 이제 협약은 폐기됐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기만에 성공한 북한은 오만하게도 다시금 똑 같은 사기 청구서를 들이 밀려 하고 있다. 예전보다도 공허한 겉핥기식 사찰을 약속하는 대가로 더 많은 석유와 식량, '안전한'경수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일방적인 카우보이'들이 이 같은 조건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우방국들은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군사력과 미사일력을 갖추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라도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전략적 사실은 왜 미국이 핵무기로 무장을 하려는 북한은 공격하지 않는 반면 상대적으로 위협의 강도가 낮은 이라크 공격에 열을 올리는가 하는 의문을 야기한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은 근래 연속적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지난 반 세기 동안 침략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의 위협을 일소하기 위해 예상되는 잠재적인 인명 피해는 모든 국가들에게 잊어선 안될 교훈이 돼야 할 것이다. 전세계는 잘못된 신뢰와 유화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갖게 된 파괴적인 힘을 이라크마저 갖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철저하고 냉정한 핵 사찰을 요구하는데 실패, 결국 테러 무기 확산에 대한 불안을 한층 가중시켰다. 미국은 평양의 이중성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이제 프랑스와 러시아가 사담 후세인의 위협을 깨닫고 그나마 가능할 때 그를 막으려는 우리의 뜻에 동참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무기 확산의 조류를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이야말로 일종의 기적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윌리엄 사파이어<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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