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안으로는 개혁-밖으로는 경쟁과 공조' 총체적 변화 주문

■ '김중수의 韓銀' 어떻게 달라질까<br>'말로만 독립' 대신 실력으로 신뢰회복 강조<br>조사·연구역량 강화위해 조직개편 뒤따를듯 <br>'금리 인상은 각국 중앙은행과 보조' 못박아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24대 한국은행 총재 취임식에서 '한국은행의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경제 해결방향 제시 못하는 중앙은행 상상할 수 없어
외부로부터 강요받은 개혁은 성공하지 못해"
칼을 정말로 뽑을 듯하다. 1일 한국은행의 문턱을 밟은 김중수 신임 총재는 웃음을 내비치면서도 시종일관 매서운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김 총재는 몸소 쓴 원고지 28장 분량의 방대한 취임사에서 '도발적인' 문구를 섞어가면서 작심한 듯 한은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 요지는 '안으로는 개혁, 밖으로는 공조와 경쟁'이라는 두 줄기로 함축됐다. 이를 보다 깊숙하게 해석하면 "신뢰도 실력이 뒷받침돼야 얻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 드러난다. 한은이 무조건적인 '조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위기 이후의 변화 과정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경고다. ◇남대문사(寺)에서 탈피하라=취임사를 보면 첫 부분부터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나타난다. 그는 첫머리에 언론이 주목해주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 별도의 박스 공간을 만들어 "주요20개국(G20) 의장국 위상에 걸맞은 한국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갑시다"고 적시했다. 그는 독립성과 자율성 등 한은의 기본 가치에 더해 '한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권위'를 강조하면서도 "말과 의지보다는 우리의 능력 배양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말로만 독립을 외치지 말고 시장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 경제의 취약성은 어디에 있는가. 이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라고 공격적인 톤으로 우리 중앙은행의 '자질'을 언급했다. 한은이 독립성에 지나치게 함몰된 나머지 위기의 징후도 느끼지 못한 채 우물 안에서만 허우적댔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중앙은행이 우리 경제의 해결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의 반경을 제한해왔던 벽들을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며 '뉴 센트럴뱅크' 정립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외부로부터 강요받은 개혁은 성공하지 못하며 이니셔티브(주도권)가 내부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채근했다. ◇조직 변화 빅뱅 오나=김 총재는 한은의 변화 방향과 관련, 크게 세 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위기극복이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고 ▦사고 ▦관행 ▦조직 운영을 변화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중 하드웨어 측면에서 변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직 운영에 대해 "조사ㆍ연구 역량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할 것"을 재차 지적하고 "연구 결과가 통화 정책은 물론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적극 활용되도록 분석 능력을 격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김 총재는 한은의 방대한 조사국 인력이 '연구를 위한 연구'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는 속뜻을 갖고 있다. 자신이 직접 조사 결과를 정부에 세일즈할테니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대규모 조직 개편도 뒤따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에서는 현행 조사국과 한은 산하의 금융경제연구원을 통합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권위 있는 인물들을 영입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능가하는 정책의 싱크탱크로 만드는 방안도 나온다. ◇출구전략은 세계와 공조, 정부와의 협조=김 총재가 강조한 또 하나는 'G20 의장국 위상에 걸맞은 중앙은행'이다. 그는 "세계의 변화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낙오하지 않으려면 변화를 체화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채근하고 "국제금융의 룰을 형성하는 데 우리의 입장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은의 대외 경쟁력 향상과 함께 출구전략과 맞닿아 있다. 그는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며 "이 고민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ㆍ유럽ㆍ일본ㆍ중국ㆍ영국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진정한 경쟁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들이 자국의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에 우리가 뒤져서는 우리의 책무를 다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결국 금리인상은 다른 중앙은행과의 보조 아래 이뤄질 것임을 다시 한번 못박은 것이다. 김 총재는 실제로 금융안정을 위해 '정부 및 감독 당국과의 정책협조'를 잊지 않았고 정책의 우선순위도 '물가'와 '고용'을 양 축으로 내걸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