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자 가운데 하나가 막판에 몰리면 검토실은 바빠진다. 검토에 참가하는 고단자들의 수효도 부쩍 늘고 기자들도 구름처럼 모여든다. 한판으로 타이틀홀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검토실에는 왕리청9단과 고마쓰 히데키9단이 오전부터 나와 검토에 열을 올렸다. 그들의 주변에는 10여명의 청소년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요다의 흑번. 막판에 몰린 요다는 소목을 선점하고 무조건 굳혀버리는 포석을 들고나왔다. 이렇게 되면 요다도 비슷한 패턴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백10까지 쌍방이 귀를 굳히는 다소 재미없는 진행이다. 흑11에 요다는 15분을 썼다. 그가 생각하고 있을 때 검토실의 바둑판에 예상된 그림은 참고도1의 흑1과 백2였다. 참고도1의 흑1은 이른바 ‘양날개’에 해당하는 포석의 요처이므로 이렇게 두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백은 좌하귀 방면에 조성되는 거대한 흑진을 경계하여 2로 일단 확장하게 된다. 이 상식적인 코스를 놓아두고 요다는 실전의 흑11을 선택했다. “능동적인 구상을 해보겠다는 것이지요.” 검토실의 왕리청9단이 하는 말이었다. 요다가 주문하는 것은 참고도2의 백1이다. 그것이면 흑2 이하 22로 두어나갈 예정이다. 이 코스라면 백이 일방적으로 쫓기는 모습이다. 그것을 내다보고 장쉬는 백12로 웅크렸다. 흑13,15는 예정 코스. 이것 역시 백이 쫓기는 모습이긴 한데 참고도2에 비해서는 백도 다소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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