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공기업과 은행들의 해외차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유입이 과도해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국내 주요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대상으로 외화 조달 및 운용실태 점검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사실상 환율급락 방어에 적극 나선 것이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8일 "외환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나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등 (외환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졌다"며 "공기업의 해외차입을 제한해 현재 해외차입을 준비하는 공기업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해외차입에 대해서도 보다 꼼꼼히 따져 꼭 필요한 자금이 아니면 국내 조달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 역시 외화수급 사정 등을 면밀히 점검한 다음 해외채 발행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특히 단기 외화차입을 보다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당시 급등하는 원ㆍ달러 환율을 잡기 위해 공기업 해외차입을 적극 권장하던 데서 180도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주간사 선정과 현장설명회(로드쇼) 일정이 확정된 도로공사의 해외채 발행을 끝으로 당분간 국내 공기업의 해외물 발행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정됐던 주택공사의 글로벌본드 발행, 수자원공사의 중장기 해외채 발행도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국민ㆍ하나ㆍSC제일ㆍ한국씨티은행 등 국내은행 네 곳과 외은지점의 외화차입 및 대출, 파생상품 등 외화조달과 운용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는 공동검사에 착수했다. 이제 달러 유동성 확대보단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발행 한도를 올해의 3분의1 수준인 20억달러로 낮추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외화보유액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에서 외평채 발행 수요가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강세가 이어져 원ㆍ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3원50전 하락한 1,167원으로 마감, 지난해 9월26일 이후 처음으로 1,160원대로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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