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를 제외한 기관과 개인 주주들의 의견이 경시되고 형식적으로 개최되는 국내 주주총회의 문화가 바뀌려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준 프랭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부회장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이 6일 여의도 63컨벤션 센터에서 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총회 발전방안' 심포지엄에서 "한국자본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펀드나 보험회사와 달리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연기금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프랭크 부회장은 이를 위해 기관투자가가 독립성과 목적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ISS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의안분석, 의결권 대리행사, 기업지배구조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전세계 4만여개사, 한국에서는 1,000여개 기업을 분석해 주주총회 안건 관련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한스크리스토프 허트 헤르메스자산운용 이사 역시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경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기관투자가는 근시안적으로 주식 매도·매수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펀드매니저와의 이해관계 충돌을 사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같은 날 주주총회를 몰아서 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행태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프랭크 부회장은 "올해 한국 상장사들의 주주총회는 3월에 97%가 몰리고 그중 40%가 특정 금요일 하루에 집중됐다"며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비용 효율에 따라 일부 의결권 행사를 포기하는 투자가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허트 이사 역시 "정보공시의 시의성 부족과 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들의 정보 접근성 미흡, 주총 안건의 무분별한 일괄상정, 주총 개최일의 집중 등이 문제"라며 "주총 내실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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