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제일기획·삼성SDS 등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은 23일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1.63%를 장 시작 전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3,118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만 남게 됐고 '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 계열사→삼성생명'으로 이어진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졌다.
삼성 측은 이번 지분 처분 목적이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잇따른 사업구조 재편과 계열사 간 지분정리 등과 맞물려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금산분리를 통한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정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기업정보실장은 "과거에 이뤄진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지배구조 차원에서는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업구조 재편과 계열사 지분정리가 경쟁력 강화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경제민주화에 따른 금산분리 강화 흐름에 대응하고 3세 승계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금융·비금융 계열사 간 지분정리를 통한 금산자본 분리는 궁극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고는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면서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금융지주회사든 일반지주회사든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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